이날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 리스크관리 강화, 전세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소득ㆍ중신용 가계의 채무부담 증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소득 3~4분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중위소득자(처분가능소득 기준) 비중은 2011년 64.0%에서 지난해 65.0%로 소폭 상승했다. 중위소득은 2011년 현재 국세청이 2510만원, 통계청이 3150만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신용자는 신용평가회사의 5~6등급 차주로 봤다.
1인당 채무 건수를 보면 저신용 차주의 채무 건수는 2010년 말 2.6건에서 올해 6월말 2.5건으로 소폭 줄었으나 중신용 차주는 1.9건에서 2.1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방침과 맞물려 금융회사에서 중ㆍ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신용 가계가 대부업체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중신용 가계 비중은 2010년 말 13.4%에서 지난해 말 16.0%로 늘었다.
이들 계층의 채무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한은은 높은 자영업자 비중, 전세값 상승 등 주거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3분위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원리금상환부담 비율은 18.2%로 소득 전 구간에서 가장 높았다. 소득분위별 비은행권 대출 비중을 살펴봐도 1분위(53.4%) 다음으로 3분위 자영업자가 43.2%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소득 3분위 임금근로자의 비은행권 채무가 28.3%임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한 아파트와 중ㆍ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전세가격도 이들 계층의 가계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 중 중ㆍ소형 주택의 전세가격 누적상승률은 각각 36.9%와 36.6%로 대형주택의 전세가격 상승률(22.3%)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득 3분위 계층이 전ㆍ월세 목적으로 받은 담보 및 신용대출의 비중은 전체 개별 대출 대비 각각 7.1%와 13.6%로 다른 소득분위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추가적인 전세자금대출이 더 들 경우 이들 계층의 가계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소득 3분위 계층에서 2008년 1.6%였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월세가격 비율도 올해 2분기 현재 1.9%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은 "중소득ㆍ중신용 계층의 채무부담 증가는 이들의 수지상황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면서 "이는 소비지출 측면에서의 부진도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분기와 올해 2분기 실질처분가능소득을 비교해보면 중소득 전 구간에서 감소했으며 하락 폭도 월소득 100만~200만원인 저소득자 다음으로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소득 3~4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점차 하락해 최근에는 정체되는 양상이다. 월소득 200만~300만원인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2011년 4분기를 기점으로 계속 마이너스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