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국 내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렸던 한국전이 정전 6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전 정전 기념 행사에 참석한 그가 ‘승리’라고 부르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오늘과 직접 연결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를 양분했던 냉전 체제 속에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첫 대결이었던 한국전쟁은 ‘정전’의 형식으로 일단락됨으로써 일반적으로 무승부로 평가됐다.
하지만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더이상 냉전의 대결이 의미가 없어진 오늘, 한국전쟁은 미국인에게 새롭게 다가서게 됐다.
6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기적처럼 이뤄낸 한국은 미국으로서는 ‘피의 값진 대가’를 확인할 수 있는 보람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5천만 한국인들이 자유와 생동감 넘치는 민주주의, 역동적 경제에서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승리이자여러분들이 남긴 유업”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미국 내 달라진 인식은 지난 25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도 확인됐다.
하원 지한파 모임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의 공동의장인 게리 코널리(민주·버지니아) 의원은 인사말에서 “한국의 기적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면서 “한국전은 더이상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명예로운 전쟁’(Honored War)”라고 말했다.
또 전날인 24일 열린 하원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의사진행 발언에 나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감사의 뜻을 피력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은 ‘영웅’으로 불리게됐다. 이날 정전 60주년 기념식을 상징하는 슬로건도 ‘기억되는 영웅들’(heroes remembered)이었다.
그리고 전세계 21개 참전국 용사들의 후손들이 ‘평화봉사단’을 발족해 미래를 위한 활동을 결의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과 달리 오랜 기간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한국 전쟁이 미국에서는 이제 ‘승리한 전쟁’으로 확실하게 재평가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가 더욱 승화하려면 향후 한국의 발전과 한미 동맹의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미국 내 분위기다.
이와함께 사라진 냉전의 유물이 여전히 살아있는 한반도의 분단을 해소하는 것이 미래의 과제로 남아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