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2013US여자오픈 4라운드 18번홀 그린으로 향하면서 환호하는 갤러리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약 나흘 일정으로 23일 오후 일시귀국했다. 그는 24일오전 한 자동차회사와 후원조인식 및 기자회견을 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LPGA투어는 이 주에 대회가 없다. 8월1∼4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GC 올드코스에서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린다.
고국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대비할 수 있다. 긴장을 풀어 느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멘탈리티에 좋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골프 여왕’이 조용히 머무르다가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입국장과 조인식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박세리의 충고
미국 골프채널은 이날 박세리(36· KDB산은금융그룹)와 전화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그 가운데 박인비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 박세리와 박인비는 지난주 마라톤클래식 4라운드에서 동반플레이를 했다.
“박인비는 플레이가 간결하고 템포가 좋으며 쇼트게임이 뛰어나기 때문에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리더보드 위에 오를 것이다. 메이저대회 4연속 우승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 잠시 간다고 하더라. 메이저대회를 준비하는 선수의 루틴은 아닌 듯하다. 박인비는 지금 중압감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다. 시즌이 진행중이고 대기록을 앞두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이 평소처럼 대회를 준비하기를 바란다. 나도 그런 상황에 여러차례 맞닥뜨렸었다.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더라.”
요컨대 한국행보다는 미국에 머무르면서 대회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다. 박세리는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미LPGA투어 통산 25승을 기록했다.
◆‘그랜드 슬램’의 진정한 의미는
63년만에 여자골프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또하나의 기록에 도전한다. 현대골프에서 남녀 통틀어 아무도 이루지 못한 그랜드 슬램(한 해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것)이 그것이다. 여자골프 메이저대회는 지난해까지 4개였으나 올해 에비앙챔피언십이 메이저로 편입되면서 5개로 늘었다. 올해 남은 대회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9월12∼15일 치러지는 에비앙챔피언십 두 개다.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최초의 그랜드 슬래머가 된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비앙챔피언십까지 다 우승해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현대적 의미의 메이저대회는 4개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브리티시여자오픈만 우승하면 된다는 논리다. 그런가 하면 골프역사 전문가 마틴 데이비스는 “그랜드 슬램은 카드게임에서 유래한 말인데 한 번에 모든 것을 휩쓴다는 것을 뜻한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을 제패해야 그랜드 슬래머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골프관련 서적들은 그랜드 슬램에 대해 ‘한 해 열리는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박인비는 에비앙챔피언십의 전신인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지난해 우승했다. 박인비가 올해 남은 두 메이저대회 가운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커리어 그랜드 슬램(평생에 걸쳐 모든 메이저대회에서 1회 이상 우승하는 것)이 될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는 메이저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박인비는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한 최초의 선수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