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귀태 발언' 등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막말 파문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은 "국격을 훼손하고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지난 13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한 대학생이 "귀태 발언보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더욱 국격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한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이 누설자(Leak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노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겠지만, 정보기관은 일반적으로 비밀을 폭로하기보다는 잘 지키는 것이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기밀문서로 분류된 대화록을 공개해 정치적 대립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지적했다.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자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정상회담의 대화록까지 공개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여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과거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 파트 축소 또는 폐지론이 제기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됐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국정원에 대해 '셀프 개혁'을 주문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며, 우리 사회의 갈등만 증폭시키는 '국론 분열'의 처방일 뿐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바로 박 대통령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걸고 반드시 국정원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있는 행동도 요구된다. 또 국회는 철저한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북 해외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국정원 개혁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소모적인 정쟁을 중지하고, 국정원 개혁 특위를 만들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