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8개 상장사가 자회사 또는 계열회사 등과 합병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건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대기업집단의 몸집도 크게 줄었다.
공정위가 조사한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이달 1일 기준 1779개사로 지난해 10월 1847개사를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이 가운데 모기업에 흡수합병된 계열사가 37곳, 청산된 곳이 14곳이었다. 다른 곳으로 지분이 넘어간 계열사도 18곳에 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경제민주화 영향으로 대기업들이 덩치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의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전자부품 제조업체 SEHF코리아와 반도체 장비 업체 세크론 등 4개사를 흡수합병했으며, 지난 2월 호텔신라 아래에서 레스토랑 사업을 진행하던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LG그룹은 광고 관련 계열사 지아웃도어와 벅스컴애드를 각각 지난 2월과 4월 청산했으며, 지난 5월에는 LG상사가 갖고 있던 금아스틸 지분 51%를 처분했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미도파·롯데햄·기린식품 등 6개 업체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합병됐으며, 롯데하이마트 계열사 HM투어는 청산 절차를 밟았다.
이밖에 포스코그룹, SK그룹, GS그룹, 한화그룹, 이랜드그룹, 태광그룹 등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대부분에서 대규모 계열사 정리가 진행됐다.
올해는 오너 일가나 최대주주가 소규모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도 늘었다.
동아제약이 지난 3월 지주회사로 전환한데 이어 한진그룹과 한솔그룹도 각각 8월과 9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아세아시멘트, 한국타이어, 종근당 등도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기업들의 계열사 정리나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이 경제민주화 바람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최근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입증 요건을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가 늘어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골목 상권과 겹치는 업종에서 많이 철수하는 추세"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계열사 정리를 통해 부실 기업을 속아낼 수 있고 지주회사 전환으로 그룹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