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역시 뉴욕?

2013-07-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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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뉴욕은 세계의 수도이자 패션, 문화, 경제의 중심지다. 서울의 명동이나 압구정동이라 할 수 있는 타임스퀘어를 가보면 ‘정말 지구상의 인종은 다양하구나’ 느낄 수 있고 그들이 연출하는 옷차림과 행동, 언어 등은 각양각색이다.

연간 수천만 명에 이르는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이고 뉴욕은 수백 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과 그들의 후예들이 거주하는 지구촌 도시라 할 수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뉴욕 시민의 약 40% 이상이 해외 태생이라고 한다. 그만큼 국제화된 도시이자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목숨을 잃은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이 12년전 뉴욕의 자유무역센터 건물을 대상으로 어마어마한 테러를 가한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망한 수천 명의 사람들 중에는 그들의 형제인 이슬람교도들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자유의 도시 뉴욕은 그만큼 정치적으로도 항상 진보를 표방해 왔다. 나와 너를 서로 인정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개인주의의 산물이기도 하고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이다 보니 한두 가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이들을 묶고 규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뉴욕시장 선거에서 공교롭게도 후보들의 성적인 취향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유력한 여성 후보인 크리스틴 퀸 시의장은 동성애자이며 이에 맞서 최근 출마를 선언하고 활발한 선거활동을 펼치고 있는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은 2년전 속옷만 입은 자기 사진을 여성들에게 보낸 사실이 들통나 의회 윤리위에 회부돼 사퇴한 경력의 소유자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후보(시 감사원장)는 당연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다. 뉴욕주 검찰총장 시절 수많은 거대 금융기업들의 총수들을 감옥에 보내는 등 월가의 저승사자란 평가를 받던 그는 워싱턴 DC의 고급 매춘업소를 몰래 드나들다 적발돼 사퇴했었다.

퀸 시의장이야 성적 소수자일뿐 ‘전과’가 없으니 크게 해명할 일이 없지만 위너와 스피처는 최근 언론에 나와 "모두 내 잘못이었다. 사과했고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위너 전 의원의 지지도는 아직 퀸 의장만큼은 아니지만 위력적이다. 그가 평소에 표방하던 진보주의와 언변, 정책들이 풀뿌리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부끄럽게 하원의원직을 버려야 했던 모습이 벌써 사라지는 듯하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스피처 전 주지사다. 그는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중산층에게도 큰 인기가 있던 사람이다. 미국의 법 시스템의 한계인 유전무죄(비싼 변호사를 써서 풀려나는 행태를 비꼼)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기업 거물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받아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뉴욕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대중들의 뇌리 속에 이들 성추문 비리 정치인들에 대한 용서가 묻어나오는 듯하다. 개인적인 성취향 및 잘못과 공공분야에서 행정은 다르다고 보는 것일까. 이러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게 ‘전과’를 씻은 사람은 역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백악관에서 인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도 탄핵을 벗어나 임기를 마쳤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인기를 얻고 있다.

선출직 공무원이나 대표들에 대한 면죄부나 용서는 어디까지가 적절한지 생각하게 해 주는 뉴욕 선거다. 뉴욕다운 자유로움과 진보 색채가 전 세계 어디에나 통용되지는 않겠지만 능력이 정말 뛰어난 인물이라면 한두 번 개인적인 잘못은 용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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