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임직원은 물론이고 고객과 금융당국에 무엇인가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임원 감축 등을 통한 조직 재정비도 필요하겠지만, 직원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임 내정자가 조직 내 갈등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기본에 충실…리테일 강화
11일 KB금융에 따르면 12일 오전 10시 열리는 주주총회에 이어 11시30분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4층 강당에서 임 내정자의 회장 취임식이 열린다. 취임식 후 임 내정자는 국민은행 노조를 방문하고, 고객들과 만나는 시간도 갖는다. 본부부서를 방문해 직원들도 격려할 예정이다.
그동안 임 내정자가 가장 강조했던 말은 '백 투 더 베이직'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리테일(소매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리딩뱅크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지난 3월 말 기준 KB금융 총자산은 368조원이다. 우리금융그룹 418조원에 못 미치는 규모다. 올 1분기 순이익에선 신한금융에 뒤쳐진다. 4대 금융그룹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 4813억원 △KB금융 4115억원 △우리금융 2137억원 △하나금융 2898억원 순이다.
완전한 리딩뱅크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임 내정자는 리테일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후 투자은행(IB), 프라이빗뱅킹(PB) 등을 순차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회장으로 내정되기 전부터 임 내정자는 리테일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리테일을 통한 실적 향상에 집중하면서 리스크 관리 및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 구상을 병행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조직 재정비 및 소통 강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수장이 바뀌는만큼 KB금융의 조직 재정비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얼마나 효율적이면서 내·외부의 시각에서 납득이 가는 조직 재정비가 이뤄지느냐다.
임 내정자는 회장 취임 후 단기간 내에 각 계열사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들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국민은행의 은행장 자리가 비어있고, KB투자증권(대표 노치용), KB생명보험(김석남), KB자산운용(조재민) 3개 계열사는 CEO의 임기가 만료됐다.
임 내정자는 "능력 위주로 선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동안 금융권의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학연, 지연 등에 따른 인사가 아닌 오직 능력이 중심이 된 CEO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슬림화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KB금융의 부사장직을 대폭 줄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 내정자가 노조와 약속했듯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없이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임직원과의 원활한 소통이다. 임 내정자 역시 취임식 후 가장 먼저 노조를 만나기로 했다. 노조는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조직이다.
그만큼 임 내정자가 직원들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내정자는 앞으로 조직 재정비, 금융사 인수·합병 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때일수록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갈등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