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사고> 긴박했던 순간, 빛난 '다섯명의 아름다운 영웅들'

2013-07-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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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샌프란시스코 사라 곽 특파원="자리에 착석해 달라." "자리에 착석해 달라." "자리에 착석해 달라." 이윤혜 아시아나 캐빈매니저가 착륙사고와 동시에 느낀 직감과 훈련된 행동으로 기장의 생사를 확인하고, 바로 기내방송을 통해 동요하고 있는 승객들을 향해 보낸 절규의 목소리는 아비규환인 비행기 내부를 타고 흘러나왔다.

이날 이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착륙 안내방송을 하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안착하기를 기다렸다. 안전벨트를 매고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비행기는 랜딩하는가 싶더니 다시 올라섰고, 의문을 느낀 순간 곧바로 두 차례의 충돌을 느꼈다. 그리고 몸이 바로 반응했다. 비행기 앞쪽에 탑승해 있던 이씨는 반사적으로 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마음속엔 오로지 우선 승객을 안심시켜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지난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과정에 충돌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에 탑승했던 이 매니저가 겪은 사고 당시 상황이다.

사고 당시를 기억하는 승객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씨를 비롯한 승무원들을 칭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까지 사고 비행기 내에 남아 침착하게 승객들을 대피시킨 덕분에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8일 낮(한국시간) 이 씨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떠올리기 쉽지 않을 사고 당시를 차분한 표정과 침착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는 이날 자리에 서서 “꼬리뼈가 골절돼 의자에 앉기 불편해 서서 하겠습니다”라며 꼬리날개가 부러지는 충격으로 꼬리뼈가 골절된 사실을 현장에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착륙과 다르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랜딩 직전) 항공기가 약간 상승하는 느낌이 들다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큰 충격이 오고 좌우로 기울어져 항공기가 정지했다. 올라갈 때 ‘어?’라는 느낌이 들다 ‘쾅’ 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가 정지하자 이 씨는 “오히려 머리가 명료해지면서 무슨 일을 할지 몸이 움직였다”며 “항공기에 불이 붙었을 때도 ‘나 어떡하지’라는 생각 보다는 빨리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사고기였던 OZ 214편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은 총 12명으로 착륙 직후 실신한 7명의 승무원을 제외한 5명의 승무원이 승객들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생인 이 매니저(41·35기)를 비롯해 유태식 사무장(43·57기), 이진희(34·79기), 한우리(30·114기), 김지연(32·89기) 승무원이 바로 그들이다.

사고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기장의 비상탈출 명령이 내려졌고, 다른쪽에 있던 승무원은 기내 밖으로 사출돼야 할 우측 비상탈출용 슬라이드가 안으로 사출되는 바람에 숨도 쉬지 못한 채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었다.

기수 부분에 있던 이 매니저는 반대쪽 문을 열고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비행기 후미 쪽에는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외국인 승객들이 보였다.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여유는 없었다. "고고고!" 이 매니저의 긴박한 표정을 읽은 승객들은 침착하게 지시를 따랐다. 다른 승무원들은 부기장 등과 함께 불길이 솟아오른 것을 보고 슬라이드에 불이 붙으면 또 다른 사고로 번질 것을 우려, 나이프와 칼로 슬라이드를 마구 찔러댔고, 때 마침 달려온 기장이 비상도끼를 이용, 슬라이드를 터뜨리며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한 명, 한 명 기체 밖으로 탈출했고 이 매니저는 이날 부기장, 슬라이드에 끼였던 동료 승무원과 함께 가장 마지막으로 여객기를 탈출했다.

이들의 활약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힙합 공연 프로듀서 유진 앤서니 나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몸집도 작은 여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승객들을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며 "그녀는 울고 있었지만 여전히 침착했다"고 설명했다.

승무원들의 적극적인 헌신을 지켜본 한 승객은 트위터를 통해 "그녀는 마지막까지 비행기에 남아 있었다"며 "의료진들의 계속되는 권유로 마지못해 병원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조앤 헤이스 화이트 소방국장도 마지막까지 비행기에 남아 있었던 이윤혜 캐빈 매니저를 '영웅'으로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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