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중국 민생(民生)은행의 결제불능 위기 등 루머가 시장에 돌면서 중국 은행간 거래금리(SHIBOR)가 사상 최대인 13.44%까지 치솟았다. 중소 은행의 자금담당자들은 "자금을 확보할 수 없으니, 30%의 금리에라도 자금좀 빌려달라"고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중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중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 국가자본주의 중국은 경제자유주의 서방국가와는 사정이 다르다.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에서 은행이 부실자산을 안고 파산할 위기에 처하면 공산당 위기로 비화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간 거래시장에 개입하거나 국부펀드가 국유은행의 자본확충에 참여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오래 가지 않을 뿐더러 리먼사태와 같은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은 없다.
중국 금융시장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존재다. 그림자금융이란 은행의 부외거래 및 신탁회사·투자조합 등을 통한 금융거래다. 중국에서는 은행의 예금금리가 규제돼 있다 보니 개인이나 대기업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그림자금융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이러한 자금은 부동산대출과 같은 자산투자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
또 하나는 자본유출 가능성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중국에 많이 들어갔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약 5000억 달러의 외자가 중국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달러 금리가 상승하면 이러한 핫머니가 유출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자 해외자산 순투자국이다. 금융규제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는 중국은 핫머니가 대거 유출되거나 그림자금융의 환매사태가 불거져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자본주의의 장점은 중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부실채권 증가, 부동산 버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라는 폐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실제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액(GDP)의 100%에 가깝다. 기업 부채는 공식적으로 GDP의 125%이지만,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추정한 바로는 220%나 된다. 여기에 은행의 부실채권, 개인 부채까지 다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러한 부채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는 7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재테크 상품의 차환 발생을 통해 만기를 장기화시키고 분산화를 꾀할 계획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언제든지 은행간 거래금리가 급등할 위험을 갖고 있는 때문에 자산유동화를 통해 부실채권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실채권이 상상 이상으로 큰 데다가 불투명한 지배구조, 분식회계 문제로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금융불안은 재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은 올해 10월 당대회에서 금리의 시장화, 금융시장의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예금자보호제도 도입 등 각종 금융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부터 중국 금융시장이 단계적으로 개방되는 만큼,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자산유동화·신용평가·리스·소비자금융·금융파생상품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키로 합의함에 따라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졌던 중국 금융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