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사상 최저 가격을 보였던 돼지고기 가격이 삼겹살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도매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100g당 1591원이던 삼겹살 가격은 지난 1일 1926원까지 크게 올랐다. 본격적인 행락철이 이어지면서 삼겹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한 달 사이에 가격이 21%나 상승했다.
삼겹살 수요를 해결하지 못해 벨기에·프랑스 등에서 삼겹살만 수입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국내 공급량이 워낙 부족하면서 '금겹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내산 삼겹살을 공급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을 올리거나 수입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양돈 도매시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 100g에 469원이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1일 393원으로 16%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겹살을 중심으로 가격 회복세가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양돈농가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김진우씨(57)는 "삼겹살은 전체 부위에서 10%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삼겹살 도매가가 오른다고 양돈농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행락철이 시작되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 돼지고기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고충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돼지 한 마리(80㎏) 도매가가 평균 24만원인데 생산원가는 36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전체 부위의 10%가량인 삼겹살로 마리당 12만원의 적자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또 돼지 사룟값은 2006년 11월 ㎏당 372원에서 2009년 11월 538원으로 인상됐으며, 올해는 6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최근 6년 사이 70%가량 급등하면서 양돈농가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돼지고기 소비촉진 운동, 사룟값 지원 등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량에 비해 사육두수가 워낙 많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양돈농가의 대규모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