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장마철이다. 이럴 때 골퍼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비오는데 골프는 무슨 골프…’라며 라운드를 피하는 유형이다. 둘째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코스에 나가지만 ‘왜 하필 오늘 비가 오는거야…’라는 부정적 생각으로 18홀을 마치는 타입이다. 그들은 대개 100타 가까운 스코어를 내고 돌아온다.
장마철에는 비를 피할 수 없다. 조금 맞느냐, 흠뻑 맞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기 일쑤인 브리티시오픈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한 톰 왓슨(미국)을 연상하며 라운드하는 것도 도움이 될 법하다.
우중 라운드에서는 테크닉보다 멘탈리티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춘 뒤 니클로스를 비롯한 많은 프로골퍼·교습가들이 중시하는 리듬과 템포를 지키는데 집중하는 것이 긴요하다. 비가 목줄기를 타고 흘러 속옷까지 적실라치면 골퍼들은 인지상정으로 서두른다. ‘프리샷 루틴’을 빼먹고 셋업이나 스윙을 빨리 해치우곤 한다.
니클로스는 이런 때일수록 볼에 신중하게 다가서고 스윙은 의식적으로 부드럽고 끝까지 한다. 그는 ‘테이크어웨이는 천천히, 백스윙은 완전하게’를 되뇐다고 한다. 평상시의 스윙 리듬과 템포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것만 유념해도 반은 성공한 것과 같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이 습하다. 볼과 클럽에도 물기가 있다. 이러면 스핀이 잘 안먹고 거리도 덜 나간다. 드로나 페이드, 띄우는 샷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플레이선에 해저드가 있으면 한 클럽 긴 것을 잡고, 어프로치샷은 핀 하이로 과감하게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린에서도 조정이 필요하다. 홀이 실제보다 30∼50㎝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스트로크해야 한다. 그린이 눅눅한데다 잔디는 길게 마련이므로 브레이크는 많이 감안하지 않는 것이 좋다. 웬만한 라인은 홀 중앙을 보고 과감하게 스트로크하라는 얘기다.
비오는 날에는 골프규칙을 잘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시적으로 고인 물(캐주얼 워터)에 볼이 빠지거나 그것이 스탠스에 걸리면 구제받아 드롭하고 치면 된다. 퍼트라인에 물이 괴어 있으면 그것을 피하고 홀에 가깝지 않은 지점에 놓고 치면 된다.벙커에 물이 괼 경우도 구제받을 수 있는데 이땐 벙커내에 드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