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이지선 선임연구원은 2일 '엔저 수출 영향 하반기에 확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엔화 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에는 아직 뚜렷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엔고 시기를 버티면서 채산성이 악화된 일본 기업이 수출 단가 인하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 업체들이 점차 단가 인하에 나서면서 우리 수출에도 엔저 효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채산성이 개선된 일본 기업들은 달러 표시 수출 단가를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다. 일본 달러표시수출단가는 엔저 시작 이후 5개월 동안 전년동기대비 1.6%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4월과 5월에는 8% 이상 단가가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철강·기계·석유 등 장치산업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 철강 업종의 경우 6%, 석유화학과 기계 업종은 각각 2% 가량 타격을 입는 것으로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철강·석유화학 품목은 일본 수출 단가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교역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의 경우 올 1분기 일본 업체들이 17% 이상 단가를 낮추면서 한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전년동기대비 4%포인트 감소했다.
자동차산업에선 아직 엔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일본의 수출 규모가 국내 업체 수출의 3배 정도 되기 때문에 향후 파급 효과는 클 거란 분석이다.
특히 일본 자동차 업체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단가를 떨어뜨리고 있다. 엔저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일본 자동차 수출 단가는 2.3% 가량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4월에는 10% 가량 급락하면서 수출 물량도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반면 반도체·LCD 등 전기전자 업종의 단기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반도체·LCD·전화기(핸드폰 포함) 품목의 한국 수출 증가율은 8.2%, 6.8%, 28.3%를 기록했으나 일본 수출 증가율은 각각 -14%, -10%, -10.9%로 오히려 감소했다.
다만 엔저가 지속될 경우 새로운 제품 영역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이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원엔 환율이 우리 수출 증가율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엔 환율 10% 하락시 우리 수출은 1.4%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엔저가 장기화 돼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우리가 밟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