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EU 집행위원회가 이 같은 혐의가 적혀있는 심사보고서를 13곳의 투자은행과 국제스와프파생상품거래협회(ISDA), 마르킷에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적발된 은행은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 시티그룹, HSBC, RBS은행 등이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독일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신용파생상품 시장에 뛰어들려고 했으나 수익 감소를 우려한 은행들이 집단으로 막았다”고 설명했다.
EU집행위는 지난 3월부터 신용파생상품 시장에서 담합 의혹을 조사했었다. 2006~2009년에 독일증권거래소· CME 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 진입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CDS를 비롯한 신용파생상품은 기업의 부도 같은 신용 사건이 발생하면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만 손실을 부담하는 보험과 비슷한 성격이다. 이들 투자은행 시장 참여자들은 그동안 정해진 거래소가 아닌 당사자들끼리 별도 계약을 통해 신용파생상품을 거래해왔다.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신용파생상품 시장에서 발생한 담합 규모가 거래 기록을 토대로 10조 유로(약 1경4800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EU의 경쟁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총 매출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물 수 있다. 다만 이 보고서 내용이 EU의 최종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과 실질적인 제재가 없다.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CDS 거래는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개선시키지만 이들 은행은 집단적으로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차단했다”며 “이들 은행은 매출 감소를 우려해 CDS 거래를 제한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는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조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일부 은행들은 리보(런던은행 간 거래금리)와 유리보(유럽은행 간 거래금리)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