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박치기왕 김일이 그립다

2013-04-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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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경 희망재무설계 컨설팅팀장

조영경 희망재무설계 팀장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레슬러 김일. 지금은 전설이 됐지만, 1970~80년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우상이다.

김일하면 박치기다. 키 184㎝, 몸무게 120㎏의 몸을 날려 상대를 제압하는 박치기. 위기에 몰려 "아, 저러면 안돼"하는 순간 온몸을 날려 상대의 머리를 박살내는 박치기. 보는 이들의 머리까지 얼얼하게 만드는 엄청난 위력이다.

그러나 김일에게도 영원한 맞수가 있었다. 팔역십자꺽기(암바)의 달인 안토니오 이노끼. 반일감정이 심했던 당시 이노끼와의 경기는 전 국민을 열광시켰다. 그 열기는 월드컵 축구 한일전보다 더 뜨거웠다. 김일의 박치기가 있는 이상 승리는 우리의 것이었다.

4월 18~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유도정책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한마디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일본은행(BOJ)는 현재 138조 엔에 이르던 시중자금공급량을 2014년 말까지 약 두 배인 270조 엔으로 늘리려 하고 있고, 향후 2년 안에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하고 있다.

또 현재의 공격적인 자산매입 기조를 2년으로 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는 걸로 봐선, 엔저정책은 일본정부의 '금융-재정-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정책로드맵에 윤활유가 되고 있다. 구로다의 팔역십자꺽기가 제대로 들어간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한은이 내놓은 어떤 수치에서도 경기가 돌아서거나 경제가 정상화된다는 확신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내린 것도 한은이다. 이런 수치를 발표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하다니, 한국은행은 독립성에 너무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중앙은행의 팔역십자꺽기가 제대로 들어온 지금 한국은행은 김일의 박치기로 맞서야 한다. 머리가 아프다면 경제부양의 강력한 의지 '헐리우드 액션'이라도 해서 한국의 강력한 경제부양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주가는 경제를 선 반영한다. 한국의 주가만 지지부진하며 디커플링 되고 있는 지금, 김일의 박치기가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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