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덫 걸린 한화…이라크 프로젝트 '바둥바둥'

2013-04-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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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항소심서도 실형 경영공백 장기화

아주경제 채명석·이재영 기자= 한화그룹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최대 20조원대 규모의 이라크 프로젝트 추가 수주에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 15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아 경영공백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이라크 수주는 일자리와 중소기업 동반진출 등의 기대효과가 높은 만큼, 한화의 추가 수주 답보상태에는 건설업계 등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왔던 한화그룹의 글로벌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화는 이라크 정부와 발전소, 정유시설, 태양광, 학교시설, 주요 관거시설 등 총 2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를 논의해왔지만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화는 지난해 5월 8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수주 승전보를 날리며 추가 수주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었다. 김 회장이 이라크 총리를 직접 면담해 발전소 등의 추가 수주를 논의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무소식은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이라크 총리는 최근에도 한-이라크 경제포럼에서 김 회장의 안부를 묻고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남을 기원하는 등 여전한 신뢰를 내비쳤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라크와 발전소 등 추가 사업을 논의해왔으나 최고 결정권자의 부재로 사실상 이라크 정부와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현지를 오가며 이라크 사업을 각별히 챙겨왔지만 재판으로 운신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8월부터는 법정구속으로 9개월째 자리를 비우고 있다. 그 속에 건강까지 악화돼 원격지원도 어려워졌다.

이라크 수주사업은 외화벌이는 물론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동반진출 등의 부가적인 효과도 크다. 한화그룹의 추가 수주 가능성에 국내 건설업계 등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가 두터운 신뢰를 보여왔던 김승연 회장의 부재는 한화의 추가 수주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발전소 등 대규모 추가 사업 논의가 답보상태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2017년까지 총 2750억 달러에 달하는 재건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각국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는 중이다.

이와 관련 최근 경영공백으로 추가 수주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한화와 달리 경쟁국들은 이라크 수주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소리마, 프랑스 에르메디 등이 이라크 병원과 극장 건물을, 영국의 AHH와 덴마크의 셈코마리타임은 발전소를 수주했다. 또 터키의 HB홀딩은 이라크 남부 철강공장 복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중국도 상하이 일렉트릭이 발전소를 따냈고, CNPC 협력업체 100여개사가 이라크 토목건축 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수주사업은 이라크의 2차 건설사업으로 한화가 추가수주를 기대했던 사업들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한화그룹의 경영차질도 계속될 전망이다. 연초에 시행됐어야 할 신규투자 계획 확정과 임원인사 등이 지연되고 있고, 직원들도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 항소심 결과 다음날인 16일 한화그룹 전 계열사들은 경영진들이 일단 어떠한 상황 설명이나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도 괜히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직원들의 동요가 없도록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최근암 경영기획실장 중심으로 그룹의 중요 업무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면서 “하지만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은 회장의 부재로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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