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만남은 25년 만에 탈당하지 않은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간 첫 회동이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9일 만이다.
옅은 갈색 바지 정장 차림의 박 당선인은 오후 3시께 경호차량인 검은색 벤츠 S600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 1층 현관에 도착했다.
박 당선인이 하차한 지점은 대통령이 출ㆍ퇴근하는 곳으로, 청와대 측에서 경호ㆍ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이 차에서 내리자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대기 정책실장, 최금락 홍보수석이 영접했다.
박 당선인이 영접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이 대통령이 환한 표정으로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환영해요”라고 반겼다.
이에 박 당선인은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입장했고, 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 환담장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환담장으로 들어오면서 취재진을 향해 “1층에서 찍었는데 여기서 또 찍네”라고 말한 뒤 웃으면서 박 당선인에게 “여기서 악수 한번 더 합시다”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자리에 앉으면서 “다시 한번 (당선을) 축하해요”라고 말했고, 박 당선인은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건강은 괜찮아요? 선거 끝나고 다니는 것을 보니까 건강은 괜찮아 보여요”라고 말하자, 박 당선인은 “쪽방촌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쪽방촌 통로가 좁아보였다”라고 말했고, 박 당선인은 “조금 늘려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올해 유난히 추웠습니다. 몇 십년 만에 추위라고 해요”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여기저기 다녀보면 경기가 침체돼 있고, 서민의 어려움이 많은 것을 봤습니다”라며 “강추위 속에 전력수급 등 대통령께서 세심하게 신경써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가 안전, 재해 등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어제 인수위원장을 발표했고 인수위 위원도 조만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라면서 “가능하면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것이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배석자 없이 3시10분부터 3시50분까지 40분간 단독 회동했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나란히 자리한 원탁 테이블 중간에는 화사한 꽃 장식이 놓였다. 식사 시간을 피해 이뤄진 회동이어서인지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에게는 간단한 음료만 제공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된 회동에서는 국정인수와 관련한 전반적인 문제가 두루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는 당선인 측에서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조윤선 대변인, 청와대 측에서는 하금열 대통령실장, 김대기 정책실장, 이달곤 정무수석비서관,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회동 초반 잠시 배석하고 곧바로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