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눈치다.
특히 업체들은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내년 새정부에서도 가격 인상이 불가능할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때문에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을 판매하는 대부분 기업들은 올 연말까지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값 인상에 가공식품도 들썩
가격 인상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밀가루 업체인 동아원이다.
대통령 선거가 종료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7% 인상한다고 밝혔다.
업소용 포장제품 20kg을 기준으로 중력1등급은 1만6600원에서 1만8150원으로 9.3% 인상했다. 박력 1등급은 1만5850원에서 1만7330원으로 9.3% 인상된다.
밀가루 가격 인상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정부 압박에 인상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난 6월부터 곡물 가격이 40% 상승, 밀가루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 가격 상승 시점인 6월 이전에 구입한 물량이 지난 10월에 이미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동아원이 가격을 인상하자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대형 밀가루 업체들도 인상폭을 검토 중이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6월 이후 구매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는 격"이라며 "인상 압박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다.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라면·빵·과자 등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라면·빵·과자 등 식품업체들은 지난 여름부터 10% 안팎의 도미노 인상을 이어왔다. 여기에 밀가루 가격이 인상되면 식품업체들에 가격 인상 빌미를 또 제공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밀가루 가격이 8% 가량 올랐을 당시, 식품업체들은 기회를 틈 타 가격을 인상을 단행했다.
라면업체 관계자는 "삼양식품, 팔도 등이 올해 한차례 가격 인상을 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이번 밀가루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 가격을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빵업체 관계자도 "빵 원재료 가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밀가루 가격 상승은 가격 인상의 강한 압박 요인"이라며 "내부 논의를 거쳐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 소주도 4000원 '초읽기'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도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22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8.19%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참이슬과 참이슬 클래식(360㎖) 출고 가격은 병당 888.90원에서 72.80원 오른 961.70원으로 변경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7월에도 소주 원료인 주정 가격이 5.82% 인상됐다"며 "2008년 가격 인상 이후 원부자재 가격 및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상향으로 원가 상승 요인이 누적됐다"고 말했다.
소주 가격 인상으로 식당을 비롯해 자영업자들의 판매가격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2003년 7%, 2004년 8.1%, 2008년 5.9%로 출고가를 인상해왔다. 롯데주류 처음처럼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인상률을 보여왔다. 대부분 식당에서 소주가 3000원에 판매된 이후 출고가가 약 20% 이상 인상된 셈이다.
출고가 인상시 도매가도 통상 15~20% 가량 오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받게 되는 가격 부담은 30% 이상이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소주 판매가격 인상 역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주류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참이슬의 가격 인상으로 롯데주류 역시 처음처럼의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영업자들도 판매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모 주류업체 영업사원은 "3000원의 가격이 형성된 이후 출고가가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자영업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미 강남지역에서는 4000원으로 가격을 올리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콩나물 두부값도 '들썩'
식탁 물가로 대변되는 콩나물과 두부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일부터 일부 대형마트 등에서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두부는 9.3%, 콩나물은 13.6% 올렸다.
풀무원도 대형마트와 협의를 마치는대로 나물은 9~10%, 두부는 7~8% 인상할 계획이다. 대상FNF도 내부 협의를 거쳐 두부값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채소와 무 등 신선식품 가격도 작년보다 큰 폭으로 올라 가정의 식료품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관계자는 "곡물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정부의 강력한 물가인상 억제정책으로 업체들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선거 직후에는 정부의 압박이 비교적 약해지기 때문에 대규모 가격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