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 상가 전체 휴가가 끝났음에도 각 점포 셔트들이 내려가 있다. 이곳 선인상가 상인들은 "매출이 반의 반 토막이 났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아주경제 권경렬 인턴기자= "요즘 용산에서 돈 버는 점포가 하나도 없어요. 누가 조립 PC를 전자상가까지 와서 구매합니까?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배달까지 다 해주는데…."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등 전자상가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과거 초·중·고 학생들이 방과 후나 주말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컴퓨터를 구경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비교적 날씨가 선선했던 토요일 오후임에도 이곳 전자상가에는 손님보다 판매 직원이 더 많았다. 그나마 눈에 띄는 손님들도 조립PC보다는 노트북을 취급하는 국내외 브랜드 전문점을 둘러보고 있었다.
"매출이 반 토막만 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실제 반의 반 토막 수준이다. 애초에 데스크톱을 사려는 손님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수요도 대기업으로 간다." 이곳에서 7년 동안 컴퓨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체념한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용산역에서 구름다리로 넘어가는 터미널 전자상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름다리와 연결된 3층에만 20~30명 정도의 방문객이 있을 뿐 1~2층에는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곳에서 PC를 팔고 있는 B씨는 "용산에서 돈 제일 잘 버는 사람이 용산역 구름다리에서 부채 파는 할아버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작년에도 매일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 최악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휴대폰과 게임기 매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가 전체 휴가가 끝났음에도 문을 연 가게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문을 연 점포는 휴대폰 판매점이 대다수였다. 게임기 매장은 대부분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용산 전자상가의 침체는 주변 노점상들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떡볶이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은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돼서 다른 곳으로 옮길까 생각 중이다"며 "과거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C씨는 "용산의 상권이 살아나려면 일본의 아키하바라처럼 볼거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며 "볼거리가 없는 용산을 굳이 찾지 않아도 전자 제품을 싸게 사는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광진구에 있는 테크노마트 역시 불황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몇몇 점포 직원들은 지나가는 손님을 잡기 위해 "견적 한 번 보고 가세요"라고 외치지만 그 역시 신통치 않은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찾는 손님이 없자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테크노마크가 문을 열 때부터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스마트폰·테블릿PC 등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기기가 나오면서 데스크톱이 설 자리를 잃었다"며 "과거에는 하루 컴퓨터 5~6대 정도 팔았는데 요즘은 많아야 1~2대, 1대도 못 팔 때도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2~3년 새 수십여개 점포가 이곳 테크노마트를 떠났다. 남아 있는 점포 주인은 인건비라도 절감하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게임기 매장 직원은 "매출이 작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며 "경제가 어렵다보니 사람들이 무엇을 사려는 마음조차 먹지 않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