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ATM 끼워넣기 직접 지시”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이 ATM기 구매에 있어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형식적인 거래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39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2008년 롯데피에스넷은 CD기 사업에서 ATM기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기 위해 롯데그룹 측 최고경영진에 사업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롯데피에스넷은 ATM기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를 추천했으나 신동빈 부회장이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참여시키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

당시 롯데기공은 채권 회수 지연 등의 이유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돼 재무상황이 좋지 않는 계열사로 2009년 초 워크아웃 대상에 분류되었으며 지난 2009년 4월 롯데알미늄의 기공사업본부로 흡수합병 됐다.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네오아이씨피(구 네오테크)로부터 ATM기 3534대를 666억3500만원에 매입하고 롯데피에스넷은 707억8600만원에 구매, 결국 해당 거래를 통해 41억5100만원의 매출차익을 실현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ATM 사업경험이 전혀 없던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주려고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롯데기공 차장이 네오아이씨피 부사장에게 보낸 메일에 ‘부회장 지시로 제조회사인 기공이 참여를 하는 형상이다’라고 돼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이어 “롯데피에스넷은 기존에 CD기를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구매했다”면서 “하지만 중간에 롯데기공을 끼어 넣어 롯데기공이 중간 마진을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TM사업은 ATM기를 은행, 편의점 등에 설치하고 고객에게 수수료를 수취하는 형태로 현재 ATM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노틸러스효성, 훼미리뱅크, 한국전자금융, 롯데피에스넷, 청호컴넷, 한네트 등 6개 사업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