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J공인 K 사장. '집값이 얼마나 떨어졌냐'는 다소 두루뭉실한 질문에 K 사장이 건네온 답변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개포지구 일부 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집값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개포동 주공6단지 전용면적 83㎡ 아파트 값은 지난해 말 9억2500만원에서 현재 8억2500만원으로 6개월 만에 1억원 떨어졌다. 주공1단지 전용면적 51㎡의 경우 같은 기간 9억4000만원에서 8억9500만원으로 4500만원 빠졌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도 단지별로 1000만원 정도 매도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내렸다.
강남발 집값 하락세는 서울·수도권을 넘어서 지방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조사를 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 내렸다. 시세 변동 폭이 적기로 소문난 국민은행 조사에서 집값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 2년 만이다.
이는 서울·수도권 집값 하락 폭이 큰 탓도 있지만 지방의 경우도 최근 들어 상승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은 공공기관 이전 등 개발호재를 등에 업고 아파트 값이 다소 오르는가 싶더니 여름철 비수기가 겹치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부산은 5월 -0.1%, 6월 -0.2%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대전은 지난해 말 이후 0.8%나 떨어졌다.
전국적인 집값 하락은 '가계부채 급증'과 '하우스푸어(house poor) 고통 가중'의 결과로 이어진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지만 집값 하락과 거래 두절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들은 현재 전국적으로 200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대거 주택 구매에 나선 것은 대략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로 이후 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강남권은 3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개포지구의 경우 아파트 값이 최고조에 이르던 2007년 말과 비교하면 평균 하락폭은 4억원대다. 주공6단지 전용 83㎡가 당시 12억2500만원에서 현재 8억2500만원으로 32.3%, 주공1단지 전용 51㎡가 19억8200만원에서 8억9500만원으로 33.2% 급락했다. 주공4단지 전용 50㎡의 경우 12억원에서 현재는 급매물이 7억원대로 5억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2006년 말 집값이 급등하기 이전 시세에 거의 근접하거나 더 낮은 가격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2006년 말 전국에 불었던 투자 광풍에 동참했다가 2010년까지 집값이 조금씩 오르면서 안도했던 투자자들은 그 이후 급락 상황을 맞으면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지방도 공급과잉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기존 주택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집값 하락세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