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고 카드산업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달비용이 높은 외부 차입에 의존해 영업을 확대하는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레버리지(차입) 규제 도입과 회사채 발행 특례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관련 내용은 지난 3월 공포된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에 포함됐으며 오는 12월 2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법 시행 후 3년 간의 유예기간을 둔 탓인지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레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1분기 말 4.5배에서 대책이 발표된 후인 3분기 말 4.25배, 4분기 말 4.27배, 올 1분기 말 4.1배 등으로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분기 말 5.0배에서 올 1분기 말 4.48배로 낮아졌고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같은 기간 동안 5.8배와 5.0배에서 5.27배와 4.96배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카드는 2.4배에서 2.45배로 높아졌으며, 하나SK카드는 7.7배에서 14.73배로 무려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대해 하나SK카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함께 휴대폰 단말기 채권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카드사보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 회수에 대한 연체율이 신용카드 연체율보다 낮아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자기자본을 늘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비율이 1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은 카드대출 등의 자산을 축소하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원인 회사채 발행은 금융당국의 압박과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달한 자금 중 영업에 사용하는 금액의 비율은 지난해보다 훨씬 높아졌다.
지난 1~5월 중 카드사들이 발행한 채권은 2조92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9793억원)보다 26.4% 감소했다.
그러나 차환율(만기도래 차입금 대비 신규 차입액)은 지난해 하반기 41.5%에서 올해 5월 말 현재 17.4%로 대폭 하락했다.
올 들어 새로 차입한 자금 중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갚는데 활용한 비율이 지난해 하반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나머지 자금은 마케팅 비용이나 신규 대출 등 카드사의 운영자금으로 활용됐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카드사별 채권 발행액을 살펴보면 KB국민카드가 3조66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 2조1058억원, 삼성카드 1조9700억원, 하나SK카드 1조8663억원, 현대카드 1조3337억원, 롯데카드 8278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차환율이 높았던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빌린 돈을 최대한 상환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올 들어 채권 발행 규모가 줄어든 것은 당국의 규제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돼 자금 수요가 많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계가 외부 차입을 통한 자산 확대 경쟁을 자제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연구기관 관계자는 “카드대란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카드업계의 수익구조가 무너진 상황에서 자산 규모 및 건전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당국의 레버리지 규제 등이 오는 12월 시행되지만 3년의 유예기간이 추가로 부여돼 있는 만큼 그동안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