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사모펀드다.
지난 10여년 동안 20여건이 넘는 M&A를 성사시켰지만 유독 사모펀드만 만나면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거취가 결정된 하이마트가 대표적이다. 그룹의 새로운 수익원이라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완패했다. 막판 가격 베팅에서 뒤지며 과거 오비맥주 인수전에서의 쓴 경험을 되풀이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롯데를 제치고 하이마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입찰에는 롯데쇼핑과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이 참여했다.
MBK파트너스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주 회장이 이끌고 있다. 칼라일 재직 당시 한미은행을 인수, 시티그룹에 매각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 "신동빈 회장이 김병주 회장에게 배짱에서 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하이마트 인수 대상 지분인 65.25%를 주당 8만원 선인 1조2000억원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주당 7만원대 후반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1000억원 안팎의 차이로 패배한 것이다.
이처럼 신 회장은 국내외 M&A 시장에서 절대 강자지만 유독 사모펀드 앞에서만큼은 약했다.
지난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서도 신 회장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스 크라비스 로버츠(KKR)에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신 회장은 1조5000억원 안팎을 베팅했지만, KKR는 2조3000억원을 제시하며 오비맥주를 차지했다. 이후 신 회장은 "맥주시장은 롯데의 숙원사업"이라며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막판 가격 결정에서 사모펀드 측에 배짱에서 밀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큰 돈을 써야 하는 대형 매물에 대해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일부 소형 M&A는 성공한 반면 오비맥주를 비롯해 홈에버, 대우인터내셔널 등 굵직한 딜에서는 연패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홈에버 인수전에서도 홈플러스에 패한 후 대형마트 업계 3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롯데 측은 "비싼 가격을 주고 무리하게 사느니 오히려 매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주장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업계에서 주역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2010년에 매물로 나온 대우인터내셔널도 포스코에 양보해야만 했다.
이번 하이마트 인수 불발로 신 회장의 과욕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하이마트·전자랜드·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번번이 실패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이마트에 우선협상권이 넘어간 상태고, 웅진코웨이 역시 GS리테일, 중국 가전업체 콩카와의 경쟁이 치열해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M&A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있어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일단 인수전에 참여하고 보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과욕과 달리 정작 막판 베팅에서 주저하다 보니 경쟁자에게 매물을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