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의 유럽발 위기에 대응하는 한국경제 전략을 이처럼 간략하게 강조한다.
파산 직전에 몰렸던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하며 유럽 재정위기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기는 모습이지만 위기의 불길이 어디로 얼마나 번질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는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 등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망한 가운데 삼성 등 5대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했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에는 이런 전망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내년에는 4%대의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지금으로서는 그저 희망 사항에 그칠 뿐이다.
그리스,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실물에 본격 반영되면서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 역시 정체를 보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4월에도 호전된 수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유로존 위기가 실물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며 “유로존 위기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2분기 실적도 생각보다 안 좋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 탄력성이 많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저하저’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도 “유로 국가들이 장기간 긴축재정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고비에 이르는 1분기에 경기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는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본격적인 회복국면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적극적인 내수 진작 필요”
정부는 올해 3.7%로 설정했던 경제성장률을 낮추되 기금을 풀어 경기부양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단기 처방이 아니라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와 설비투자 등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정부의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내수진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내수라는 게 크게 소비와 투자인데 소비는 현재 가계부채가 많아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보다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 진입 장벽을 없애야 한다”며 “올해 일몰되는 투자세액공제감면제도 등을 과감히 풀어서 계속 연장시키는 등 투자를 통해 활로를 개척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우리 경제는 제조업 중심이고 서비스 비중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내수 부양을 통한 경기 진작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내수를 진작하려면 장기적으로 소비주도형 경제로 탈바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내수라는 게 억지로 부양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 조정만이 정부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내수 부양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카드는 금리인하 정도뿐”이라며 “그동안 물가 불안 때문에 못 내렸는데 기준금리를 내려서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