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3단지 입구 전경. |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투기지역·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에 초점에 맞춘 5·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0일로 꼭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강남권 최대 재건축 추진단지 밀집지역인 개포동 개포지구. 이곳 한 주공 단지 내 상가의 경우 10여개에 달하는 중개업소 중 손님이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중개업자들은 소일을 하거나 끼리끼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일요일을 맞아 아예 문을 닫은 가게들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장기를 두던 주공3단지 내 A공인 대표는 "그래도 대책 발표 전까지는 문의 전화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없다"며 한숨지었다. 주공1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도 "손님은 물론 전화 문의조차 없다"며 "15년 넘게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게 거래가 안 되는 경우 처음"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값도 떨어지고 있다. 개포 주공2단지 전용면적 25㎡와 47㎡는 각각 4억50000만원, 7억3000만원 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5·10 대책 발표 전 각각 5억원, 7억원 후반대까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5000만원가량 빠진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9억3000만원 선으로, 대책 발표 이전보다 2000만원 정도 내렸다.
개포 주공2단지 내 K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5·10 대책에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같은 핵심 내용이 빠진 데다 유럽발 경제위기라는 악재까지 겹쳐 시장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는 것이다.
주택시장 동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강남권 집값이 추락하면서 강북지역 아파트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호가 하락세가 뚜렷하다.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은 일주일 새 1000만원 정도 내렸고, 광진구 구의동 현대2단지도 500만원 정도 빠졌다.
현지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주택 구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DTI 규제를 풀어 주택 거래 심리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세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한시적으로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요 측면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며 "DTI 규제 완화나 취득세 감면 카드는 주택 수요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도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