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채권단이 기업 회생보다는 투자 손실금 회수에만 급급하다보니 막무가내식 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워크아웃(개선작업)·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사 상당수가 독자적인 졸업이 어렵자 인수·합병(M&A)이나 투자자 모집 등의 방법으로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법정관리 중인 신성건설이 매각에 나섰다. 매각주간사 언스트앤영은 지난 29일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M&A 절차에 들어갔다. 이와 별개로 보유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법정관리 중인 성원건설도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M&A 추진 허가를 받아 재매각을 진행키로 했다. 이 회사는 8월께 매각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건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주택시장 침체로 M&A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M&A 형태(투자자 유상증자 포함)로 위기에서 벗어난 건설사는 사실상 대우산업개발(옛 대우자판 건설부문) 한 곳밖에 없다. 이 회사는 중국 신흥산업개발 유한공사가 신주 유상증자 200억원을 지급, 지분 62.47%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M&A를 추진해 결국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산업개발의 경우 사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며 “투자자를 구한 시기가 그나마 상황이 지금보다 좋았던 2년 전이었으니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신성건설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세 번째 매각 추진이다. 성원건설도 두 번째다. 남광토건은 몇 차례 다른 회사에 인수됐지만 그 이후 모 회사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다시 매물로 나온 사례다.
벽산건설도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이 없어 결국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했다.
비슷한 상황에 있던 풍림산업은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우림건설 역시 조만간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공개매각까지 무산되자 이 회사 직원들은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범양건영·동아건설·신성 등도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각 등 거래가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이나 상품, 또는 수주 잔고가 있는 매물이어야 하는데, 최근 M&A시장에 나오는 건설주들은 전혀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기업들을 보면 30~50% 정도가 M&A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견 건설사들은 인수해봐야 해외 진출은 어렵고 내수시장은 매력이 떨어지니 누가 관심을 가지려 하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