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둔화로 주식이나 상품 가격이 약세로 돌아선 반면 채권은 강세다. 잘나가던 미국 경제 지표가 먼저 둔화됐다. 별로 개의치 않았던 그리스 재정위기나 일본 성장률 둔화가 다시 비관론 근거로 꼽히고 있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 가운데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서비스업지수에서 둔화가 관찰됐다. 소매판매나 경기선행지수, 기존주택판매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증시가 고점으로부터 2~3% 조정됐다. 이머징 마켓 가운데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증시는 최근 20일 만에 5~10% 내렸다. 코스피도 7% 가량 밀렸다. 세계 경기 바로미터인 국제유가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대지진이나 리비아 공습 여파를 잘 극복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13~15% 가량 하락했다가 소폭 반등한 상태다.
낙관론자는 이런 현상을 소프트패치(Soft patch)로 부른다. 소프트패치는 경기 상승 혹은 회복 국면에서 일시적인 침체나 둔화를 뜻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02년 11월 미 의회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패치는 골프 용어인 라지패치(Large patch)에서 유래됐다. 라지패치는 골프장 페어웨이 가운데 잔디가 잘 자라지 않은 부분을 말한다.
상황 악화시에는 비관론자가 주장하고 있는 경기침체나 리세션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실질 국민총생산(GDP)이 2개 분기 이상 연속 감소하는 경우를 리세션으로 정의한다. 2000년 이후 2개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경우는 2008년 3분기부터 2009년 2분기 사이뿐이었다. 2010년 하반기에도 G2 경제지표 둔화를 근거로 이중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 dip) 우려가 컸으나 실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침체나 리세션이 진행되는 와중에는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도달하게 된다.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로 총수요가 약화되면서 물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을 의미한다. 이번 금융위기 기간에 미국 소비자물가는 연간 기준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이 경기 침체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연준은 제로(0) 금리 수준에서도 리세션을 넘어 디플레이션 증세를 보이자 2008년 말, 2010년 중반 두 차례에 걸쳐 QE1, QE2로 불리는 양적완화정책을 단행했다.
세계 각국이 디플레이션에 강력 대응하는 이유는 과거 일본 사례 때문이다. 일본은 1980년대 말 부동산 버블 붕괴로 1990년대 내내 낮은 성장율과 지속적인 물가하락, 즉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장기간 고통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강력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공유하게 됐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현재 3%대까지 회복됐다. G2 경기 침체 우려 당시와는 달리 미국 고용시장은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소비하고 중국이 수출하는 세계 경제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미국 소비 원천인 고용시장이 비교적 강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 이것이 올해와 전년 간 가장 큰 차이다. 따라서 현재 국면은 소프트패치로 정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세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해서 소프트패치를 마냥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G2 경기 둔화 위험이 논의되는 과정에서도 각국 주가와 금리는 이에 반응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금융시장 환경을 소프트패치 과정으로 본다면 앞으로 1~3개월 안에 주요 경제지표는 반등할 것이다. 지표 약화 과정에서 주가와 금리는 경제지표나 불안한 심리를 따라 하락하기 마련이다. 장기 투자자라면 주식을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반면 투자시점을 잘못 고른 단기 투자자는 몇 달 동안 손실을 경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