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간 해외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일본 기업들이 거대한 정부부채, 인구 감소에 따른 경기침체(디플레이션) 등 국내 악재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M&A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올 들어서만 34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역대 최대 규모로, 이미 지난해 한 해 동안의 342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지진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마저 2분기 연속 줄자 일본 기업들은 사상 최저 수준인 0~0.1%의 금리와 엔고의 이점을 이용해 해외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 일본 최대 원자로 건설업체 도시바와 제약업체 다케다의 M&A건도 엔화 강세와 초저금리를 이용, 수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9일 다케다는 스위스 제약사 나이코메드를 137억 달러에, 도시바는 스위스 스마트미터기 제조업체 랜디스앤기어를 23억 달러에 각각 인수키로 하면서 이날 하루 동안에만 160억 달러 규모의 해외 M&A를 발표했다.
하세가와 야스지카 다케다 회장은 "국내 경제에 대한 전망을 고려,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일본을 넘어 해외로 진출을 하는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많은 경영자들이 이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추세와 대조적으로 올해 들어서만 다케다와 도시바를 포함, 10억 달러가 넘는 대형 M&A 성사 건수는 7건으로 모두 234억 달러를 기록했고, 소규모 M&A 건수는 223개로 총 113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짐보 유이치 일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부문 부사장은 "대지진으로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공략 계획이 폐기되거나 연기되지는 않았다"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제조업 기반을 다각화시키고 위기에 대비하려는 성향이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