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업은 이제 바야흐로 「중화학공업시대」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철강·조선·기계·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 이 분야의 제품수출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선언에 대한 실행계획으로 공업구조 개편과 산업 확대를 위해 산업기계, 조선 및 수송기계, 철강, 화학, 전자 등 중화학공업화의 주도산업육성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입지조건을 중심으로〈중화학공장건설계획〉이 수립·시행됐다.
울산석유화학단지의 준공(1972), 포스코(1973년 : 1기 설비 준공) 설립,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완공(1973), 구미전자공업단지(1973) 완공이 바로 그 것이다.
1973년 9월에는 창원기계공업단지를 통해 기계공업을 체계적으로 진흥시키기 위하여, 전후방 연관 산업시설을 하나의 단지에 클러스터화하여 기계공업 상호간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했다. 고부가가치의 정밀기계공업, 메카트로닉스, 하이테크 기계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초 인프라를 확보함과 동시에 방위산업 제품의 생산체제를 구축하여 중화학공업 육성과 기계공업 육성을 연계 육성할 목적으로 공업단지와 배후도시의 조성계획도 각각 수립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주단조설비, 열처리시설, 제관설비, 기계가공설비, 엔진, 터빈, 발전기 제작설비 등을 갖추어 종합제철소,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하여 석유화학공장과 시멘트공장, 건설 및 운반장비, 광산기계 등 모든 산업기계를 생산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또한 공업단지를 구분하여 단계별로 조성하고 계획적으로 대단위 기계공장, 요소공장, 중소기업형 전문공장, 일반 및 자동차부품공장, 분야별 전문기계공장, 방산공장 등을 입주, 유치한다는 전략하에 1986년 총규모 2,854만 8,889㎡로 창원기계공업단지가 준공됐다.
그 후 40년이 흘렀다.
기계를 제외한 조선, 철강, 전자, 석유화학은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데, 왜 유독 기계산업만 발전이 더딜까?
기계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기초산업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발전의 모멘텀인 생태계가 경쟁력의 요체이고, 수많은 부품소재로 이루어지므로 부품소재 및 이를 제조하고 처리하는 뿌리산업이 서로 무성하게 얽혀 건강한 생태계를 이뤄야 동반성장할 수 있다.
또한, 웬만한 원천 핵심기술 및 지식재산권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독일, 미국, 스위스, 일본 등 선진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같은 후발 기업들은 품질경쟁력을 갖추고, 선발기업의 기득권과 전략적인 견제를 뿌리치며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기계산업이 여타 산업에 비해 자본집약도가 높고 기술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는 뜻이다. 즉, 부품소재 산업과 더불어 단조, 주조, 열처리, 표면처리, 절단, 용접, 절삭기술과 산업의 융복합화에 따른 메카트로닉스 등 다양한 기술이 어우러져야 한다.
이처럼 기계산업은 산업생태계가 매우 복잡하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들이 기계 강국으로 통하고, 선진국형 블루오션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일반기계산업은 중국과 중동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와 자동차, 반도체 등 전방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수출 361억불, 무역수지흑자 75억불 달성하여, 세계 9위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최근 기계산업은 중동·아프리카의 정세불안에 따른 유가상승,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 일본 지진·원전 사태의 영향 등 여러 가지 위험요인에 직면하고 있다.
7월 1일에는 한·EU FTA가 발효됨에 따라 국내외 경영환경도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 즉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 촉진,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및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다면 국내 기계산업도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과 함께 세계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