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B(50·여)씨가 “A금융회사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대출 상환 기일 연장을 거부당했다”며 지난해 8월 제기한 진정과 관련, A금융회사 대표에게 대출 관련 내부 지침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대출 제한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가 진정을 내자 A사는 “대법원 판례상 지적장애인을 의사무능력자로 보기 때문에 대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출 기한 연장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번 일은 착오로 발생한 일인 만큼 재발방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A사가 대출 관련 내부 지침인 ‘여신업무방법’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신규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대해 “금융상품 등을 제공할 때 사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단지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출 제한 등을 하는 건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권위는 A사가 인용한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의사능력 유무를 판단할 때 장애의 정도만이 아니라 지능지수, 소통능력, 사회적 연령, 작업영역에서의 능력 등 다양한 영역을 개별 평가 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고, 판례 취지 역시 비(非)장애인이 장애인 당사자의 지적장애를 악용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데 대해 법원이 피해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무효인 법률행위로 판단한 것”이라면서 “지적장애인의 정상적 법률행위를 방해·금지코자 하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금융회사는 대출 등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대출 여부 판단은 객관적·합리적 근거와 구체적·개별적 장애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A사의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A사 대표에게 “여신업무방법의 지적 장애인 대출 제한 조항을 없애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금융감독원장에게도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금융회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