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가 대규모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쿠릴열도를 방문한 데 대해 일본 외무성이 항의의 뜻을 밝히자 이바노프 부총리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을 인용해 일본 외무성 아무 국장이 이날 오전(현지시간) 주일 러시아 대사 미하일 벨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바노프 부총리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바노프 부총리는 전날 연방정부 주요 부처 장관들을 대동하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의 이투룹과 쿠나시르 등 2개 섬을 시찰했었다.
일본 외무성은 항의 전화에서 "일본 정부는 (이 방문을) 수용할 수 없으며 이를 유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일본 측의 항의에 대해 이바노프 총리는 이날 "나의 쿠릴열도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 아니면 네번째"라며 "왜 예전에 그곳을 찾았을 때는 항의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총리는 “나와 장관들의 쿠릴 방문은 누군가를 화나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무엇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2007년 채택된 쿠릴 열도 발전 프로그램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바노프 부총리는 하루 전인 15일 이고리 레비틴 교통부 장관, 엘비라 나비울리나 경제개발부 장관, 유리 트루트네프 천연자원부 장관 등 중앙정부 고위 인사들과 함께 이투룹 섬을 찾아 현지에서 ‘2007~2015년 쿠릴열도 사회·경제 발전 프로그램’ 진척 상황 점검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뒤이어 쿠릴열도 내의 또 다른 섬인 쿠나시르를 시찰했다.
대표단은 회의에서 쿠릴열도 개발 프로그램 이행을 위해 기존에 할당된 150억 루블(약 5천850억원)의 연방 정부 예산외에 추가로 160억 루블을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ㆍ경제 개발을 통해 열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더욱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였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곳이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쿠릴열도에 대한 주권은 재검토 대상이 아니라며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