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오는 2012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에서 성범죄 혐의로 체포되면서 프랑스 정치 지형이 요동 칠 전망이다.
칸 총재는 지난해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막론한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왔으며, 내달 사회당 경선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왔기 때문이다.
워낙 지지율이 탄탄하다 보니 사회당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마르틴 오브리 대표가 칸 총재가 경선에 나서면 자신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칸은 이번 사건이 나기 이전부터 여성편력은 물론이고 사회당 출신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호화생활 등으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으며, 특히 여성편력 의혹은 그의 '아킬레스건'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논란이 돼 왔다.
그는 지난 2008년 IMF의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의혹이 불거져 경고를 받았고, 이후 고가의 저택과 미술품 구입 의혹, 사치스런 생활 등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엔 파리에서 호화 승용차인 포르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번 스캔들로 사회당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탈리 전 총재는 유럽1 라디오방송에 "대선은 결코 도박을 걸 수 없다"며 "사회당엔 마르틴 오브리 대표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 같은 후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오브리 대표와 올랑드 전 대표, 세골렌 루아얄 전 대표 등 그동안 스트로스-칸 총재에 뒤졌던 다른 사회당 대선 주자들이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물론 이들 사회당 대선 후보는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다.
루아얄 전 대표는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며 일단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을 밝혔고, 올랑드 전 대표의 한 측근도 "아직 정확한 진상을 알지 못하는 만큼 무슨 언급을 할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유럽1 라디오방송에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당에 눌려왔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라고 한 정치분석가는 말했다.
아직 출마 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가장 버거운 상대가 스트로스-칸 총재였기 때문이다.
스트로스-칸 총재가 출마하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결선 진출도 하지 못하고 1차투표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들이 많이 발표됐었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UMP 소속 베르나르 드브레 의원은 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국가에 치욕적인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결국 칸 총재의 뉴욕 성폭행 사건은 대선 정국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프랑스의 정치지형을 송두리째 흔들 대형 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