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본사의 분산 배치를 원했던 전주의 부동산 업계도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크게 동요하지는 않지만 침울한 분위기를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의 LH 일괄 이전 방안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난 15일 진주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매수 움직임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진주 평거동의 L공인 관계자는 “LH 이전이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특별한 호재는 아니다. 5월부터 7월까지는 원래 비수기라 주택 거래나 매수 문의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LH의 진주 일괄 이전이 가시화한 지난달부터 조금씩 문의 전화는 늘고 있지만 시세나 현지 분위기 탐색 차원의 문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평소보다 문의 전화가 50%가량 늘었다. 외지인들의 문의도 있지만, 구체적인 매수 움직임은 없다”며 “당장 사고 싶다는 이야기는 안 하고 ‘시세가 얼마냐’, ‘요즘 분위기가 어떠냐’, ‘아파트 분양계획이 어떻게 되느냐’는 등의 질문만 하고 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현대엠코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진주 평거4지구에서 분양하는 1천800여 가구 규모의 ‘엠코타운 더 프라하’ 아파트 단지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지만 아직 모델하우스를 열지 않아 구체적인 수요 파악은 안 되는 상황이다.
LH가 이전해도 대규모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워 지자체 세수는 늘어나겠지만 지역 주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주 초전동 M공인 관계자는 “LH 이전 때문에 갑자기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큰 공단을 유치한 게 아니라 본사에 근무하는 사람만 내려오는 셈이니 인구 유입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LH 본사 직원들의 대다수는 자녀 교육과 배우자 직장 등의 이유로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단신으로 진주에 부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부산, 창원, 김해 등 경남권 대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진주까지 원정 투자자가 온 덕분에 시세가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LH 이전과 관련해서는 아직 뚜렷한 시세 변동은 없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M공인 측은 “지금은 연초에 부산, 창원 사람들이 와서 부동산을 구입할 때보다 뜸한 편”이라며 “다만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고 혁신도시 내 분양이 시작되면 분위기를 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미 2005년 주택공사의 진주혁신도시 이전 발표로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LH 일괄 이전 결정은 ‘본전’에 불과하지 현지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진주 옥봉동 J부동산 관계자는 “이미 혁신도시 택지지구 내 주택공사 사옥과 사원 주거용 부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본사 일괄 이전 방침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은 아니다”고 했고, 평거동 N공인 관계자도 “대단위 아파트 부지가 분양은 됐지만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아 착공한 곳은 아직 없다. 오히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전주로 빠진 타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LH를 놓친 전주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는 대부분 LH라는 단어만 듣고 통화를 피하거나 전화를 끊어버리는 등 침통한 지역 민심을 대변했다.
전주 송천동의 L공인 관계자는 “원래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LH가 오든 말든 관심이 없다”라고 했고, 인근 D공인 관계자도 “이전부터 외지인이 관심을 두고 문의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LH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상됐던 사태인 만큼 더 나빠질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