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참패한 재보선의 여파로 국내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이뤄진 박 전 대표의 이번 특사 일정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소용돌이 속 정중동(靜中動)’이라 할 수 있다.
‘대권가도 부동의 1위’를 고수 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그는 특사일정에 매진하는 한편 자신의 ‘원칙론’을 거듭 강조한 것.
3개국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이번 방문에서 박 전 대표는 각 국가의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 양국의 우호를 다지고 정치 경제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박 전 대표는 이번 일정을 통해 행후 대권 경쟁에서 펼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5일(현지시간) 박 전 대표가 그리스에서 가졌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평소에 느꼈던 것을 특사로 유럽지역을 다니면서 이번에 재확인 했다”며 “미래국가발전의 패러다임인데 ‘원칙과 신뢰’의 문제가 그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그러한 부분이다.
그는 네덜란드와 관련, “네덜란드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 지라도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충실한 외교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지킴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장기적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외교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또 네덜란드의 농업기술과 간척지나 방조제 건설 등 수자원 관리 기술, 포르투갈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술, 해운 강국인 그리스와 한국의 조선 산업의 협력 방안, 등 이번 3개국 방문을 통해 얻었던 성과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이번 유럽 방문은 재보선 참패로 인해 당 쇄신의 격랑에 휩싸인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에 대한 ‘역할론’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져 외교적 성과보다는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박 전 대표는 “국내 현안에 관련된 문제는 귀국 이후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 방문 일정 시작부터 선을 그었지만 국내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동행 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일정 마지막 까지 이어진 것.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초지일관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일정의 마지막인데 저희에게 주실 ‘선물’(현안 관련 입장 발언)이 없느냐”는 질문에 “선물을 안 드린 것이 아니다. (원칙과 신뢰의 강조라는)미래의 의미를 통해 모두 말씀 드렸다”며 “이는 (박 전 대표와 기자들 간의)가치관의 차이”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는 재보선 이후 당 개편과 함께 본격적으로 펼쳐질 대권 레이스에 ‘원칙과 신뢰’라는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와 관련, “‘원칙과 신뢰’라는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며“박 전 대표의 이러한 뜻은 향후 대권 경쟁가도에 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도 있고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생각한다)”고 말해 지금보다는 정치적 보폭을 넓힐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