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년만에 석유 순수출국 전환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 이는 고유가로 몸살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미 에너지부 자료를 인용, 지난 2월 미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하루 평균 5만4000배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석유 순수입량이 최근 5년간 점진적으로 줄었으며, 미국은 지난해 말 이미 석유 순수출국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의 원유정제제품 수출량은 하루 249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4.4% 늘어난 반면, 수입량은 216만배럴로 14.4% 줄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재선 레이스에 나서면서 고유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지난해 36% 오른 가솔린 가격이 최근 사상 최고치인 갤런당 4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최근 석유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중단해 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고, 사법당국은 유가 조작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미국의 원유 수요가 준 만큼 수출량을 늘릴 여지도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라욜라 도어 API 선임 경제고문은 지난 수년간 미국은 원유는 물론 정제유의 순수입국이었지만, 최근 미국의 원유 수요는 하루 1900만배럴로 금융위기 이전보다 200만배럴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원유 수요가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나도 수출물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석유제품은 주로 남미지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에콰도르도 미국산 석유제품의 주요 고객이다. 멕시코도 미국에 대한 연료 의존도가 큰 나라로 꼽힌다. 이들 시장에서 인접한 미 멕시코만에 진출한 석유기업들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석유 경제학자인 필립 버레거는 미국 석유업체들이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은 국내에 석유를 파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멕시코만에서 뉴욕으로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은 이미 꽉 차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연방법은 미국 영해를 통해 석유를 실어나를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미 국적선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