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국토해양부는 지난 23일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과 관련해 경제성 분야에 상대적으로 더 큰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같은 결과를 예고했다.
경남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신설할 경우 10조원 안팎의 초기비용은 물론 추가적인 유지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인데, 공항 건설 후 발생하는 기대 수익이 이에 미달된다는 분석이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 박창호 위원장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평균 사업비가 10조 정도 들고 비용대비편익(B/C)이 0.7정도이면 편익이 7조원 정도라는 의미"라며 "사업비가 7조 이하로 내려가 편익이 올라간다면 추후에라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2009년 말 국토연구원의 분석 보고서에서도 가덕도의 비용 대비 편익(B/C)은 0.7, 밀양은 0.73에 불과해 건설비용 대비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신공항 신설 후 최소 3조원의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특히 평가항목 중 40%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성에서 밀양은 12.2점, 가덕도는 12.5점을 받았다. 편익부분만 보면 7.2점 만점에 밀양은 2.0점, 가덕도는 2.1점을 받아 두 공항 모두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입지평야위원회는 평가분야 중 경제성에 40%, 공항 운영과 사회·환경 부문에 각 30%의 가중치를 뒀다. 경제성 부문의 평가항목은 비용, 수요, 편익, 건설계획 등 4가지로 나뉜다. 공항 운영 부문은 장애물, 공역, 기상 등 3개 항목으로, 사회·환경 분야는 접근성, 토지 이용, 환경 3개 항목으로 평가됐다.
30점 만점인 사회환경 평가에서 밀양은 13.2점, 가덕도는 12.6점을 받아 공항 입지로서 사회적 환경도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30점 만점인 공항운영부문에서는 밀양 14.5점, 가덕도 13.2점을 받아 공항 부지로 두곳 모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의 경우 신공항 건설 시, 10~20개의 산을 깎아내야 하는 문제가 부정적으로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1등급지(최우선 보전지) 산지 557만㎡를 파내야 하고 산봉우리를 뭉개면서 60만 그루 이상의 자연 수목을 잘라야 하는 환경파괴 요인까지 내재하고 있다.
가덕도의 경우 신공항 건설 시, 김해공항 안에 있는 군 공항과 항로 등 사용공간이 겹치는 문제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공항보다 아래에 있는 가덕도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경우 김해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일부 군용 비행기가 같은 공간을 사용해야 하고 이 경우 군용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본 간사이(關西)공항의 실패를 주요 참고 사례로 삼은 것도 이번 백지화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1970~1980년대 당시 무려 22조원을 쏟아부어 간사이공항을 신설해 나리타(成田)공항과 함께 양대 국제공항으로 키우는 정책을 펼친 바 있지만 수요예측에 실패해 지난해 말 총부채가 17조7222억원, 연간 이자비용만 2726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의 국토연구원 용역을 거쳐 신공항 후보지를 밀양과 가덕도로 좁히며, 2009년 말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영남권의 갈등이 커지자 세 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