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리비아로부터 시위 확산이 우려됐던 우리 건설사들의 주력 수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나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오랜 기간 독재체제에서 저소득 및 실업 문제에 의해 최근 민주화 운동이 촉발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왕정체제임에도 이른 경제개발계획에 의해 사회기반 및 산업 인프라 등에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민심이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리비아 및 북아프리카 사태가 예상보다 조기에 정국이 안정될 경우, 해당국들이 민심 수습을 위해 경기부양 차원에서 SOC와 플랜트 발주를 늘리는 정책이 이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우리 건설사의 해외수주에 호기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아직 큰 상황이라서 완벽한 전환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 중동으로의 시위 확산 가능성이 적어 우리 건설사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리비아에 국내 건설근로자 필수인력 79명이 남아있는 이유도 이런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험 상황에서 끝까지 현장을 지켜낼 경우 발주처의 신뢰를 높여 이후 해외건설 주력시장으로 다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 유지 및 보존 차원에서 남아 있는 것이지만, 이후 리비아 사태가 조기에 종료될 경우 이에 따른 추가적인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리비아 등 현지 우리 건설사의 사업장 피해가 공사 잔액의 3~5% 정도에 그쳐 당초 우려했던 피해보다 적고, 최근 급등한 유가로 오일머니를 쌓은 산유국들이 사태 안정 이후 공사 발주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우리에겐 호재라는 얘기다.
해외건설협회 강신영 중동실장은 “아직 우려되는 부분이 크지만, 이번 사태가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 정착으로 이어진다면 이후 주택보급, 인프라 구축 등 긍정적인 측면도 발생할 수 있어 우리 업체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건설업종 주가 급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지수는 지난 3일 202.62로 전날보다 4.37% 반등하더니 8일까지 4거래일간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회복세가 눈에 띄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1월 이집트사태 발생 후 건설업종지수가 20%이상 급락했고, 종목별로도 9~27%씩 하락하는 등 단기 폭낙에 대한 반등 성격이 강하지만 리비아사태에 대한 불안요소가 줄어든 이유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