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새판짜기-(下)] 해외시장 다변화, 민·관(民·官) 협력이 '열쇠'

2011-03-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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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형에서 금융조달 필요한 투자개발형 증가추세<br/>다자개발은행 활용, 개도국 인프라 진출확대 필요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건설사들에게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 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정부도 해외건설인력 양성 및 수주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해외건설 수주의 중동지역 편중 및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문제 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요구 시위 사태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시장 다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세계 건설시장이 기존 단순도급형 위주에서 사업자가 직접 금융조달방안을 제시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업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 갈수록 커지는 관(官)의 역할

지난해 초 우리나라는 총 2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하면서 연간 약 12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원전건설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원전 공사 추가 수주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베트남·인도 원전 수주전에서 일본·프랑스·러시아 등 경쟁국에 잇따라 밀렸다. 수주 가능성이 높았던 터키 원전도 계약직전까지 갔으나 투자비 회수 등에 대한 이견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리투아니아 원전 수주에서는 아예 입찰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주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돈'이다.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나라들은 대부분 재정 상태가 부실한 신흥 개발도상국들이다. 이런 나라들은 원전을 지을 돈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지어주고 나중에 전력 등을 팔아 사업비를 회수해야 한다. 결국, 사업 초기부터 자금 동원 능력이 수주의 주요 변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금 조달 능력은 일본이나 프랑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세계적인 규모의 금융기관을 보유하지 못했으며, 외환보유액 등 국가적인 역량도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실제로 일본과 프랑스 등은 파격적인 금융조건 등을 제시하며 세계 원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약 14조원 규모의 베트남 원전을 수주한 일본은 약 1조원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하고 공항·철도 건설 등의 파격적인 지원으로 베트남 정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그동안 비교적 낮은 건설단가 등을 내세워 도급형 공사 수주에 집중해왔으나 최근에는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사업비를 자원개발로 보장받고 인프라 등을 건설해주는 '패키지 딜(Package Deal)' 등 새로운 사업 방식에 대한 진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개발은행 통한 신흥국 진출 필요


해외건설에서 시장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다자개발은행(MDB)을 활용한 신흥국 진출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MDB란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참여해 경제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을 말한다. 즉, 각 국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개도국 등의 인프라 건설 사업 등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1월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원조공여국으로 각종 다자원조기구에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출자하거나 지원한 MDB가 발주한 수 많은 사업에 대한 국내 업체의 진출은 부진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은행(World Bank)'에 대한 출자비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7%로 출자국 중 13위였으나 수주비율은 0.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참여가 비교적 많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출자비율 5.02%(2009년 말 기준)에 비해 수주비율(4.87%)이 낮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MDB 발주 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지난해 'MDB투자 및 개발차관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실시하며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해외 건설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MDB 조달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도국이나 저개발 국가에서 MDB가 발주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50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위험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금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들이 MDB가 발주하는 공사에 참여해 실적을 쌓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규모가 작은 MDB 발주 공사보다는 직접 사업계획을 마련해 MDB의 자본 투자를 유도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도로·철도·항만 등 교통 인프라 및 학교·병원·주택 등 사회기반시설을 수행한 경험을 살리면 개도국 건설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 정창구 팀장은 "최근 MDB들이 민관협력투자(PPP)사업 방식을 통한 사업기회 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고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파키스탄 수력발전소 공사도 ADB 등이 참여하면서 사업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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