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따돌리고 경제력에서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G2로 올라섰고, 국제적 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야청청' 10%대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국굴기에 편승, 패권외교를 지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 한해 중국의 대외정책 전망을 짚어본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래 지난 20여년간 매년 10%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세계는 좋든 싫든 이제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됐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지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외교노선에 따라 비교적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실용외교에 충실해 왔다. 덕분에 중국은 국제기구나 세계 여러 나라와 대체로 무난한 외교관계를 유지해 왔다. 제3세계를 중시하는 외교적 지향도 그대로 견지됐다.
그런 중국이 작년부터 돌변하는 느낌이다. 국제사회에서 이제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분명히 '노(NO)'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견해가 다르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싶으면 외교적 마찰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은 대외관계에 있어 새로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전통적인 '도강양회'식 외교로 회귀할 것이냐, 아니면 G2의 일원으로서 세계 질서의 한 축인 미국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냐의 양자택일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미국과의 정면 맞승부를 피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를 견제와 대치가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전환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와 국민들 모두가 G2의 미국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달라이 라마 초청, 구글 사태, 남중국해 분쟁과 천안함 사태에의 개입, 댜오위다오(釣魚島) 중·일 갈등에의 개입, 북한의 우라늄 핵 위협과 연평 도발에서의 대립각 세우기 등 미국이 연방 강공을 폈으나 중국은 대체로 인내하는 자세를 취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양제츠(楊潔箎) 외교부장은 '12·5 계획 기간(2011~2015년)' 중국은 7대 분야에 외교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위 대(大)외교로 일컬어지는 주요 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국제관계 중시. 특히 대국과의 안정적 관계, 상호 균형, '윈·윈'하는 합작구조를 구축하며,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강화하고 평화를 공고히 하며 공동 발전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도 강화,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다음으로 중국은 경제외교 심화. 국제적 다변 합작관계에 적극 참여하고, 국제체제 개혁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전략이다. 무역마찰을 줄이고 해외투자를 강화하며 자원외교를 강화는 것이 주요 골자가 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대외정책이 그간의 행태로 볼 때 보편성과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스스로 공정한 '균형자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외교는 현실이며 나라마다 국익을 위해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내세우고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과 행동을 달리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대국인 G2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세계는 중국이 객관성, 보편성, 공정성이라는 원칙 아래 대외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자국의 실리를 극대화하고 신뢰받는 세계 지도국가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G2로 성장한 중국이 올 한해 국제무대에서 어떤 또 다른 얼굴을 나타내 보일지 주목된다.
(이필주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