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신한금융, 선택은 '라응찬'

2010-03-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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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 출신의 CEO, 금융권 최장수 CEO, 가장 성공한 CEO…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설명할 때 늘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그가 새로운 수식어 하나를 추가하게 됐다. 금융권 최초 4연임 CEO.

◆ 신한금융 리딩컴퍼니 도약의 밑거름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라 회장을 상근이사로 재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절차를 거치면 3년 임기의 회장직을 한 번 더 수행하게 된다.

신한금융을 순이익과 시가총액 기준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감안하면 주총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 홍성주 전북은행장이 3연임을 한 적은 있지만 4연임을 하는 CEO는 라 회장이 처음이다.

라 회장의 장기 집권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한금융 임직원들과 주주들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었다.

그는 자본금 250억원, 직원수 280명의 '꼬마은행'을 당기순이익 1조3000억원, 시가총액 20조원의 초대형 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 자산 규모는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 이어 업계 3위이지만 순이익과 시총의 경우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 및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신한금융은 이자부문과 비이자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업계 최고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성과는 신한금융 지분의 17% 가량을 보유한 재일교포 대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라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사내의 신임도 두텁다. 그는 '도전과 혁신' '현장경영' '주인정신' 등으로 대표되는 신한만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킨 CEO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작은 조직을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라 회장이 성장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데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 만만찮은 3년…'유종의 미' 거둬야

라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우선 금융회사의 폐쇄적인 경영 행태에 잇단 경고를 보내고 있는 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이번 이사회에서 기존 12명의 사외이사를 8명으로 축소하고 사외이사진을 대거 물갈이하기로 한 것도 이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라 회장의 회장 연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라 회장을 비롯한 금융회사 전문경영인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며 "그러나 올 들어 수위를 조절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어 라 회장이 낙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등 금융권 새판 짜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의 지위를 공고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신한금융은 금융권 인수합병(M&A) 논의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이는 호재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풍문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내실경영에 매진할 수 있지만 대형 은행 간의 합종연횡이 현실화할 경우 자칫 선두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소매금융이 워낙 강해 메가뱅크가 탄생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 글로벌 진출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선 은행 수익성 개선과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면서 금융시장 재편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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