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가운데 이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금융 사태로 은행의 이상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물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제 수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사외이사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 행장이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3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사외이사 제도의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KB금융 회장 선임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에 본격 도입돼 10여년이 경과했다"면서 "(KB금융 사외이사) 문제도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사외이사가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어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4일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에게 지나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면서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달 금융연구원이 공개한 '은행권 사외이사 제도 개선방안'은 사외이사의 임기 보장과 독립성 확보를 골자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은행과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는 2~3년으로 보장하고 금융기관 임직원의 사외이사 선임 금지 기간은 3~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금융지주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B금융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KB금융 사외이사진이 경영진에 대한 감독·감시 기능을 넘어 권력을 행사할 정도로 세력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KB금융 회장 후보를 선임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9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회장 선임과 관련 사외이사가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도 9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져있다. 이는 경영진의 의사에서 독립돼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다. KB금융 사외이사의 임기도 경영진과 같아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것이 아닌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고 사외이사 임기제와 총임기 상한제, 사외이사 후보자격과 선임절차 공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우리·하나금융 등은 물론 KB금융에 대해서도 사외이사제를 개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매년 사외이사 3분의1을 교체하도록 한 것은 KB금융 사외이사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반응은 일단 신중하다. 사외이사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금융당국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당국의 개선 방안대로 흘러간다면 은행권의 자율성이 망가질 수도 있어 관치금융과 관련된 논란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