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전문가 '더블 딥' 긴급 진단
정책당국자들의 엇갈린 '더블 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전문가들도 경기재침체 가능성과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여력이 소진되는 내년말이나 2011년초에 최소한 '스몰딥(완만한 경기둔화)' 또는 저성장 장기화를 의미하는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출구전략' 등의 논의는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든 후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보다 각국의 경제사정을 반영해 시행시기가 앞당겨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본지가 정계와 학계, 경제연구소 등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더블 딥 긴급진단'에 따르면 10명중 2명은 내년말이나 2011년초에 더블딥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내년 초쯤 미세조정(스몰딥)' 이나 '저성장기조 장기화' '내년까지 경기회복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도 3명이나 되는 등 향후 경기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을 반영했다.
반면 10명중 4명은 '크지 않다' '희박하다' '줄어들고 있다' '20~30%' 등 더블 딥 현실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 '더블 딥' 부정적..고성장 회복엔 의문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 상반기 전 세계적 회복기조가 예상된다"며 "또한 새로운 경제위기로 정의되는 더블 딥의 가능성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후식 국회 예산정책처 팀장도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건전성이 커져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유가 생겼다"며 "더블 딥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영국 등 유럽도 점진적인 회복조짐을 보여 국제경기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는 평가인 셈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선임연구위원은 "더블딥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도 "적어도 3~4개월 전에 비해서 미국의 부실확대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유럽에서도 회복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봐서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시 "더블 딥은 시장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이 원치 않으면 위기는 자연히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블 딥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한마디로 (더블 딥 시기는) 알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 "온다면 내년말 또는 2011년초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내년말 또는 2011년초 부터는 각국이 건전재정정책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출구전략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블 딥'에 대한 엇갈린 시각만큼이나 출구전략 시행시기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이번 설문 대상자 10명중 3명이 국제 경기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응답을 한 반면, 5명의 전문가는 출구전략이 '이를수록 좋다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가늠하기 어렵다'거나 '올해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완곡한 표현을 써가면서도 정부의 출구전략 논의에 불을 붙여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음을 반영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공급측면에서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국제유가나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나타나 물가오름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총수요압력이 낮아서 '올해안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도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에 갑론을박이 한창 아니겠는가"라면서 "민간부분에서 확실한 경기회복이 될 때 시행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신후식 팀장은 "중앙은행이나 정부로서는 (경기회복이) 안정권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확실히 필요해서 출구전략이 당장 실행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유동성 과다에 대해서는 들여다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 더블딥과 '출구전략'은 동행아니다?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각국의 강력한 출구전략 공조가 확인됐다. 그러나 회의 직후 G20 회원국 가운데 호주가 전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해 공조체제가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더블 딥 가능성과 출구전략 시행시점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강만수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경제특보의 말처럼 "출구전략을 쓰든 안쓰든 더블 딥을 피할 길이 없다면 차라리 자산가격 거품을 가라앉히는 게 현실적으로 지혜로운 처방이라는 주장까지 들린다.
김상조 소장은 "당국자들조차 말이 엇갈린다는 것은 더블 딥 시기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출구전략에 관해 선택의 문제로 들어갔다면 물가관리의 책임을 지는 한은의 판단을 존중하고 맡기는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재와 같은 재정기조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출구전략 시기에 대해서는 대기업에 취한 조치는 거둬들이더라도 서민과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각종 조치는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선환·차현정·이나연·팽재용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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