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는 한국이 경기 침체의 기나긴 터널에서 가장 빨리 탈출할 수 있을 것이란 낭보를 전해주고 있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에서 호전 기미를 보이는 데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급격히 안정을 회복하는 등 긍정적인 소식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경제 역시 급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고용과 소비.투자 등 부문에서도 아직 호전 기미가 잡히지 않아 '상대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큰 국가로 분류되는데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 OECD "한국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
OECD의 CLI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할 수 있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OECD 주요 회원국을 포함해 주요 7개국(G7) 경제가 여전히 침체 일로에 있으며 OECD 비회원국도 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다만 일부 국가의 경우 호전 징후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2월 CLI가 전월 대비 증가한 국가를 지칭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CLI가 전월 대비 1.6 포인트 올라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장 빨리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의미다.
CLI가 6개월 뒤의 경기를 전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한국 경제가 8월 이후에는 회복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CLI 변동 추이만 보더라도 뚜렷한 호전 기미가 감지된다.
지난해 8월 93.4였던 우리나라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그해 9월 92.1로 감소세로 전환된 뒤 10월 91.1, 11월 91.1로 한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다가 12월 91.7을 기점으로 올 1월 92.9, 2월 94.5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작년 9월 CLI가 98.1을 기록한 이래 10월 96.5, 11월 94.7, 12월 92.8, 올 1월 91.2, 2월 89.7로 경기 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OECD 회원국 전체 평균으로 볼 때도 CLI가 작년 9월 97.3, 10월 95.9, 11월 94.6, 12월 93.5, 1월 92.7, 2월 92.0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 한국, 가장 빠른 회복 가능할까
현재 각종 경제 지표로 볼 때 한국은 주요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대적'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여타국과 대비해볼 때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볼 때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엔 부족하다.
현재 국내외 변수를 두루 살펴보면 내부적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대외변수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내부적으로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국경제가 비상할 동력을 얻기는 쉽지않다.
내부변수를 보면 2월 광공업 생산이 전년동월 대비로 10.3% 감소해 1월의 -25.5% 대비 감소폭이 크게 둔화됐다. 전월대비로는 2개월째 증가세다.
서비스업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로도 플러스 반전에 성공했다. 경기선행지수도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최근 3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에 성공함으로서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고 대외신인도도 제고했다.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로 돌아선 것도 심리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외평채 발행 성공 이후 7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가 4천억원을 넘어선 날만 3일이다.
◇ 문제는 세계경제
그러나 대외변수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말쯤 세계경제성장률을 한 차례 더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지난달에도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1.0~-0.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에 세계성장률을 하향조정한 후 한국 성장률을 낮추지 않아 이달 말에는 지난달과 이달 말 조정분을 동시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세계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은 0.7%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본다.
이외에 고용과 소비.투자 등 내부 지표 역시 아직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3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만5천명이나 급감한데다 고용대란이 30~40대 장년층 등 핵심계층으로 접근하고 있어 향후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 2분기부터는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의 부실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경기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 경제는 낙관적.비관적 신호가 혼재한 상황으로 어느 쪽으로 판단하기 조심스럽다"며 "세계 경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우리가 할 일을 계속 하면 된다"고 최근 언급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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