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지주회사 전환과 자산가치 재평가 기대로 주가를 천정부지로 띄우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금융 자회사인 대한생명과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제일화재를 그대로 보유한 채 지주회사를 세울 길이 열리면 자회사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9250원에서 3만8200원으로 무려 96.36% 급등했다. 이 기간 자회사인 한화증권(111.61%)과 한화석유화학(81.67%), 한화손해보험(52.12%), 제일화재(20.36%)도 일제히 시세를 분출했다.
당장 한화가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 핵심 자회사인 대한생명을 통해서만 지분가치를 3조원 가까이 불릴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오진원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산분리를 완화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며 "한화가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 대한생명에 대한 보유지분 가치는 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그동안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화에 대한 자산가치도 평가절하돼 왔다"며 "법 개정으로 이런 주가 할인 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해 유동성 우려를 해소한 점도 긍정적이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고 차입했던 2조원을 상환하면서 한화는 재무구조 개선을 가시화하고 있다"며 "인수 부담으로 잃었던 기업가치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황 연구원은 "차입 부담을 같이 떠안았던 자회사도 자금상환으로 금융비용과 부채비율을 동시에 줄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자회사에 대한 평가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호재가 이어지면서 적정주가를 두 배 가까이 올린 증권사도 나왔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에 이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으로 한화는 자산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됐다"며 "적정주가를 3만8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40%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한화건설이 경기 시흥시에 군자매립지를 매각하고 받을 대금 5600억원도 한화에 대한 기업가치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부동산 가치를 기업 평가에 반영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경영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올해 매출을 전년대비 12.89% 줄어든 4조3050억원, 영업이익을 6.32% 늘어난 244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사업구조 효율화와 원가 절감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