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린맥주가 산미구엘 인수를 추진하면서 아시아 맥주시장에 합종연횡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
아시아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최근 인베브가 OB맥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인 맥주업체 기린홀딩스가 필리핀 최대 맥주업체 산미구엘의 지분 43.25%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맥주업계 재편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에 이어 일본 2대 맥주업체인 기린은 모두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기린은 이미 산미구엘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이번 지분 매입이 성공하면 사실상 산미구엘을 인수하게 된다.
산미구엘은 그동안 회사 경영에 필요한 주요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기린의 인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린의 산미구엘 지분 인수가 산미구엘의 마닐라 일렉트릭과 페트론 인수 추진 중 전해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미구엘은 기존 음식과 음료 사업 중심에서 광산,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등 중공업으로의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
산미구엘은 필리핀 맥주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5%의 주식에 대한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린의 지분 매입이 성공할 경우 산미구엘의 수익구조 자체가 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TR킴응증권의 에드가 반코드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기린과 산미구엘의 거래가 끝나면 산미구엘의 수익구조가 변할 것"이라면서 "산미구엘은 더욱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린은 일본을 비롯해 해외시장에서의 사업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일본 화학업체 교와하코 지분 50.1%를 1700억엔에 매입했으며 2007년에는 내셔널 푸드를 2200억엔에 인수했다.
지난 7월 기린은 향후 수년에 걸쳐 3000억엔을 투입해 해외시장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린이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이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시장은 지난 1994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도 있으며 지난해에는 4억8268만박스가 팔리면서 조사가 시작된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장 축소는 기린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린은 지난 8월 연간 매출 전망치를 2억3300억엔으로 내다봤으나 최근 2억3200억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린은 영업이익 목표치 역시 1520억엔에서 1450억엔으로 내려잡았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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