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부과에서 가장 큰 특징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점이다.
국세청이 25일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30만4천명으로 작년 종부세 신고인원 37만8천명보다 7만4천명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강남 등 이른바 '버블세븐'의 집값 하락으로 공시가격도 내리면서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빠진 경우가 상당수 발생했다.
실제 올해 집값 하락으로 전국의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은 아파트만 1만8천721가구가 감소했다.
헌법재판소의 세대별 합산 위헌 결정으로 인별 합산 과세방식이 시행되면서 부부 등 가족 여러 명으로 명의가 분산된 경우도 과세대상에서 빠진 경우가 적잖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도 올해 재산세가 과표적용률 인상 등으로 크게 오른 탓에 '버블세븐' 지역 상당수의 주택은 종부세는 줄었지만 전체 보유세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공시가 10% 이상은 내려야 보유세 부담 줄어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3㎡)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8천400만원에서 올해 9억4천400만원으로 4% 떨어지면서 종부세 부과액도 지난해 304만4천원에서 278만7천원으로 8%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부담하는 전체 보유세(지방교육세.도시계획세.농어촌 특별세 포함)는 526만6천원에서 562만5천원으로 7% 증가했다. 이 기간 재산세가 83만4천원에서 125만1천원으로 50% 올랐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재산세가 늘어난 경우는 은마아파트 외에도 여러 곳 있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전용면적 151.01㎡)도 공시가격은 16억8천800만원으로 작년보다 5% 내리고 종부세도 1천62만8천원으로 5% 감소했지만 재산세가 50% 늘면서 전체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6% 증가한 1천890만9천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용산구 이촌동 GS자이(전용면적 169.4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같은 19억3천600만원이었지만 종부세 과표적용률 인상(80%→90%)에 재산세 증가의 영향으로 전체 보유세액이 2천17만3천원에서 2천327만5천원으로 15% 가량 상승했다.
이에 비해 양천구 현대 하이페리온(전용면적 151.56㎡)은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0% 내린 9억6천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종부세가 지난해보다 32% 줄어든 탓에 재산세가 48%나 급증했음에도 전체 보유세는 667만2천원으로 지난해보다 5% 감소했다.
집값 하락폭이 서울 주요지역보다 컸던 신도시는 전체 보유세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났다.
경기도 용인의 LG빌리지(전용면적 164.52㎡)는 6억7천2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6억원으로 내리면서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돼 재산세가 10% 늘었음에도 전체 보유세는 151만6천원으로 지난해보다 24% 줄어들었다.
전국의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30만7천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5천명이 줄었고 이 가운데 법인을 뺀 개인명의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30만4천명을 기록, 7만4천명이 감소했다.
이들이 내게 될 세금도 1조731억원(개인명의분 9천66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880억원 줄어들었다.
◇ '땅부자' 종부세는 오히려 늘어
'버블세븐'의 공시가격 하락으로 올해 주택분 종부세가 줄었지만 전국적으로 계속된 땅값 상승은 토지분 종부세 과세대상과 세액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4% 오른데 그친 반면, 토지 공시가격은 무려 10.05%나 올랐고 특히 수도권은 12.11%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만7천명이었던 토지분 종부세 대상자는 올해 13만명으로 증가했고 이들이 부담하는 세금도 1조8천72억원으로 3천12억원이나 늘어났다.
토지분 종부세의 증가는 주택분 종부세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종부세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와 올해 전체 종부세 부과고지액은 2조8천80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132억원 증가했다.
전체 종부세액 가운데 토지분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4.4%에서 올해 62.7%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