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경기는 물론이고 고용악화와 내수부진까지 실물경제가 온통 설상가상 격이다.
달러부족으로 돈줄이 막히고 투자는 엄두도 못낼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은 닫은 지 오래다. 그나마 한국 경제의 엔진이었던 수출은 호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맞물려 수출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4분기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특수로 수출이 급증해야 하지만 경기침체로 특수가 실종된 상황이다.
지식경제부는 반도체와 컴퓨터는 단가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해 이달에도 수출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 소비재인 섬유류 수출도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역시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시장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개도국마저 경기부진을 겪으면서 한국의 수출은 더욱 고전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 수석연구원은 "수출증가율은 올해 20.7%에서 내년에는 8.3%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개도국의 경기침체로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기계와 화학 등도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최근 무역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외국인투자, 10대 업종 등 분야별로 미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파급상황을 점검하는 실무대책반을 구성했지만 수출 둔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수출이 금액 기준으로는 20%대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제품단가의 상승률이 10%를 웃돌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의 고용 창출력은 떨어지고 있으며 본격적인 수출 둔화가 예고된 내년에는 생산 감소에 따른 인력 감축이 우려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금융위기로 추가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전년동기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7월 9.9%에서 8월 1.6%로 내려앉았다.
설비투자 지표인 기계류 내수 출하 증가율도 이 기간 7.2%에서 2.3%로 둔화했으며 내수용 자본재수입 증가율도 18.9%에서 9.4%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도 7월 20.7% 증가에서 8월 1.7% 감소로 반전됐다.
한국은행이 2천154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설비투자 실사지수(BSI)는 8월 99에서 9월 96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돈다는 것은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업체의 수보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업체 수가 더 많다는 의미로, 통상 경기가 나쁠 때 100 밑으로 떨어진다.
산업은행이 지난 8월 국내 150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올해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20.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산은 관계자는 "정보통신, LCD 관련 대기업들은 투자 계획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중소기업은 글로벌 금융불안과 경기둔화 여파로 당시 조사보다 설비투자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설비투자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LCD, 조선업체 등 상반기에 실적이 호조를 보인 대기업들은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최근 경기둔화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은행들이 중기대출마저 줄이고 있어 설비투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환율 상승으로 키코 등 파생상품 관련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올 상반기 매달 5조~6조 원을 웃돌았으나 8월 들어 1조 원대로 급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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