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귀향길에 나서는 직장인들의 표정은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연봉제가 일반화되면서 명절 특별 상여금을 주지 않는 기업들이 많아졌지만, 최근 높은 매출 신장세를 기록한 유통업계나 전통적으로 명절 대우가 후한 자동차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두둑한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다.
반면 여행, 건설업계 등 불황 업종의 직원들은 얇아진 지갑 때문에 귀향길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다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올해 추석 연휴가 짧은 점을 감안, 휴가기간을 늘려 4-5일씩 쉴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유통, 자동차 '흐뭇' = 유통업계는 이번 추석 귀향길이 어느 때보다 뿌듯할 전망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지속적인 매출 신장을 달성한 만큼 특별 상여금에다 별도의 귀향 여비나 선물 등을 안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상여금 100%를 지급하고, 연휴도 하루 늘려 본사 및 매장 직원들에게 총 4일간 휴무를 주기로 했다.
롯데마트 역시 직원들에게 추석 상여금 100%와 함께 귀향여비로 11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기본급의 50% 상여금과 함께 귀향 여비 20만원과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귀성길에 오르는 직원 중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직원에게는 왕복 고속버스 티켓을 제공한다.
신세계 백화점은 기본 급여의 100%를 상여금으로 주고, 인터넷 임직원 전용몰에서 자신이 원하는 명절 선물을 살 수 있는 1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추석 연휴보다 이틀 더 긴 13-17일을 휴무 기간으로 정하고 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도 안길 예정이다.
두 회사 직원들 모두 통상 급여의 50%를 상여금으로 받고, 현대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인 H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 15만 포인트(15만원 상당)도 지급받는다.
또 현대차는 귀향 교통비 85만원을, 기아차는 귀향교통비 80만원과 10만원 상당의 유류 구입 티켓을 직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기본급의 100%를 특별 상여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KT는 50%의 정기상여금이 나가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별 상여금은 아니지만 연봉 계약에 따라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명절 상여금을 줄 예정이다.
◇여행, 건설 등은 '우울' = 이에 비해 여행, 건설 등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업계는 올 추석에 빈약한 지갑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는 경기 침체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만큼 추석에도 허리띠를 졸라맨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대형 여행사들은 추석 연휴 사흘간만 쉬기로 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소정의 추석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생략하기로 했다. 다만 1사1촌 운동의 일환으로 수확한 쌀 또는 멸치 등을 직원들이 선택해 선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2년 전부터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펼쳐온 모두투어는 올 추석에도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지 않기로 했으며, 롯데관광 또한 추석 보너스와 선물이 없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선물을 안 주고 안 받는다는 방침이 정착됐고, 특히 최근에는 경기도 안좋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는 게 사내 분위기라 추석 선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도 조촐한 귀향길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중견 건설사들은 추석 보너스를 주지 않기로 했고, 대형 건설사들도 특별 상여금 없이 소정의 선물만 지급하기로 한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추석 보너스 대신 5만원 상당의 '우리 농산물 세트'를 지급하고, GS건설도 특별 상여 없이 임직원몰에서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대림산업도 추석 보너스 지급 계획이 없다.
대신 짧은 연휴를 감안해 GS건설의 경우 12-16일까지 5일간 쉬도록 하는 등 건설사마다 연휴 앞뒤로 집단 휴가를 사용해 4-5일씩 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