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침체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지출이 사상 최장기간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50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미국 경제는 0.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지난 1992년부터 매분기 성장을 지속했던 가계 지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와 부동산 가치의 하락, 5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실업률이 모두 가계 지출 위축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진설명: 미국 경제의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무디스의 존 론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위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3분기 소비지출 성장률은 0.6%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동기의 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780억달러(약 78조원) 규모의 세금 환급 효과가 7월 중순으로 '끗발'이 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1680억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 효과가 길어봐야 4분기에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 경제의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CSFB의 조나단 바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안의 효과가가 끝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면서 "소비자들의 지출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가 침체를 보일 가능성을 51%로 보고 있다.
실질 소득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실질 가계 소득은 0.9% 감소했다. 이는 2005년 9월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지난 12개월간 소득 감소폭은 2.4%에 달한다.
소득 감소와 이에 따른 지출 축소는 소매업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난달 동일상점매출은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3월 이후 최저치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지난달 8월 매출이 전월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마트의 주가는 지난 2002년 이후 최저치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기관투자가들이 향후 6개월간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부담이다. 그린위치 어소시에이츠가 미국과 유럽의 146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금융기관의 파산을 예상했으며 15%는 이같은 사태가 12개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성장 둔화는 인플레 압력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를 기록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겠지만 내년 소비자물가는 2.5%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먼브라더스의 마이클 핸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줄 것"이라면서 "유가의 급등세가 진정됐다는 것이 주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지만 추가 상승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텍사스주립대학의 톰 풀러톤 경제학 교수는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지만 상승 추세가 가속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고용시장이 안정될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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