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모멘텀 건재" vs "실적추정 늘 뒷북"
증권사들의 낙관적인 기업실적 전망치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주목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장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2분기 국내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IT섹터와 철강, 화학, 정유를 포함한 소재섹터, 자동차, 통신, 음식료 업종의 실적이 올 2~3분기 연속 개선될 것으로 꼽힌다.
증권가는 이같은 실적 추정치를 근거로 주요기업 주가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증시의 하방경직성을 기대하며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대우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대내외 투자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의 실적호전에 기반을 둔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2분기 기업의 어닝시즌이 7월 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진호 연구원도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과 신용경색을 비롯한 대내외 악재로 인해 상승 추세 반전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국내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하반기 증시 방향은 여전히 상승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음에도 증권사들이 기업실적 전망치를 오히려 상항조정하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추정치가 과대평가됐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 형성돼 있는 기업이익 컨센서스에는 낙관적 편향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며 "가공단계별 물가에서 생산재 물가지수 상승률이 최종재 물가지수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기업의 마진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경우 증권사들의 실적 컨센서스는 늘 주가에 후행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주가로 보면 고점대비 최소 6% 또는 최대 25%가 하락한 다음에야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경로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수익 가치가 아니라 자산 가치"라며 "손익을 추정하는 것은 오차가 클 수 있지만 자산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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