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의 수장을 뽑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미뤄졌다. 초유의 사태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8일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허정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낸 선거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7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했다.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며 허 전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허 전 감독 측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7일 아주경제에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이 부분은 변호사와 법률적으로 검토해 볼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간이 흘러 9일 아주경제가 다시 질의하자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에서는 당연히 현재 입장에서 빠르게 선거를 치르고 싶어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상태에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허 후보의 출마 자격 여부에 대해선 법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보자 등록은 마감됐는데…신규 후보자 등록 가능할까
대한축구협회장 후보자 등록은 지난해 12월 27일 마감됐다. 후보자들의 번호도 부여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번,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번, 허정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번이다. 그러나 선거가 미뤄지고, 허 전 감독의 출마가 불가하다면 어떻게 될까.
대한축구협회 측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더욱 오리무중이 됐다. 이미 후보자 등록이 끝난 상황 속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그렇기에 후보 자격을 갖춘 정 회장과 신 교수의 1대1 대결 구도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한축구협회가 허 전 감독의 출마 여부와 향후 후보자 추가 등록 가능성 등에 관한 입장을 빨리 내놓아야 혼선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후보들도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선거 운영 관리 체계 바뀌나…"중앙선관위에 위탁해야"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신 교수는 "선거를 치르지 못하게 된 건 오롯이 대한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의 책임이다. 향후 모든 선거 진행에 대한 업무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하기를 촉구한다. 혼란에 빠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공정하게 운영할 유일한 주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도 중앙선관위에 위탁해 선거를 치르고 있다.
앞서 신 교수와 허 전 감독은 선거운영위원회의 미숙한 행정에 아쉬움을 표출한 바 있다. 선거인단 중 일부가 개인정보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모가 기존 194명에서 173명으로 줄었고,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전지 훈련 일정과 겹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을 뻔했다.
이 외에도 선거운영위원회는 선거운영위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외부에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신 교수와 허 전 감독 측 입장에선 '선거운영위원회가 정 회장에게 유리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의혹 등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벌이며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를 타파할 방법은 공정한 선거를 치러 리더십을 확보하는 길뿐이다.